열세 번째 이야기: 원불교 중앙중도훈련원 (1) 일원의 빛과 향

글. 조덕상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훈련원 가는 길목에 서있는 안내석
훈련원 가는 길목에 서있는 안내석

원기 108년 새해. 원불교의 대표적 수행도량인 중앙중도훈련원으로 여행을 가려고 합니다. 함께 걸어가 볼까요.

 

원불교중앙중도훈련원. 삼성가의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여사는 원불교에서 각각 ‘중산’과 ‘도타원’이라는 법호를 받았고, 중앙중도훈련원은 이분들의 후원으로 지어졌기에 훈련원의 이름을 중산의 ‘중’과 도타원의 ‘도’를 따서 ‘중도’로 짓게 되었다.
원불교중앙중도훈련원. 삼성가의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여사는 원불교에서 각각 ‘중산’과 ‘도타원’이라는 법호를 받았고, 중앙중도훈련원은 이분들의 후원으로 지어졌기에 훈련원의 이름을 중산의 ‘중’과 도타원의 ‘도’를 따서 ‘중도’로 짓게 되었다.

일원의 향을 새기다

훈련원 입구에서부터 여러 안내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중 두 개의 법문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먼저 ‘동정불리공원정(動靜不離空圓正)’입니다. 무시선의 ‘동정간불리선(動靜間不離禪)’과 비슷한데, 왜 ‘선’이 아닌 ‘공원정’을 썼을까요? 그런데 또 다른 법문인 ‘불리공원정 사사신선지(不離空圓正 事事身先之)’에서도 ‘공원정’이 보입니다. 그리고 돌에는 ‘안이정(安理正)’이라고 새겨져 있는데, 훈련원의 2대 원장인 향산 안이정 종사입니다.

1940년 12월, 향산님은 스무 살의 나이로 전북 익산의 원불교(당시 ‘불법연구회’)에 와서 소태산 대종사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곧장 3개월 겨울 훈련(병진 동선)에 참여했는데, 이때 대종사님께서는 나의 법은 모두에게 고루 전하는 법이라는 선언이자 약속인 ‘게송’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훈련 막바지에는 ‘일원상 법어’도 말씀하셨는데, 향산님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그때 마침 원각성존 대종사께서 일원상 법어(一圓相法語)를 선포해 주심을 듣고 견성의 표준이 확실히 잡혀지게 되었다. (<성리연마와 진리의 자각>, 71쪽)

향산님이 쓰신 ‘공원정’은 <대종경> 교리품 7장 법문입니다. 이 법문의 원형은 <회보> 55호에 나오는데, ‘일원상의 진리’라는 제목을 쓰고 “대종사 가라사대 일원상의 진리를 요약해 말하자면 공과 원과 정이니”로 시작하고 끝에 도식을 제시했습니다. 일찍이 견성의 표준을 잡은 향산님은 ‘공원정’을 마음에 품고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사신선지’는 <정산종사법어> 응기편 17장 법문에서 유래됩니다. 향산님은 유일학림(원광대학교의 전신)을 졸업하고 교화지에 나가기 전 정산 종사를 뵈었습니다. 이때 보감이 되는 말씀을 청했고, 몸으로 먼저 실천한다는 ‘이신선지(以身先之)’라는 법문을 받게 됩니다.

일원상의 진리를 떠나지 않는 ‘불리공원정’. 일상에서 몸으로 먼저 실천하는 ‘사사신선지’. 향산님은 이 법문을 일생의 보감으로 삼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훈련원에 오는 사람들에게 이 향이 전해지길 바랐을 겁니다.

 

방혜자 작가의 작품, ‘일원의 빛’ (추상화로 된 세 폭). 1995년에 도타원 홍도전(라희) 기증.
방혜자 작가의 작품, ‘일원의 빛’ (추상화로 된 세 폭). 1995년에 도타원 홍도전(라희) 기증.

일원의 빛을 그리다

이제 훈련원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훈련원의 중앙 현관에는 커다란 작품 한 점이 우리를 맞이해 줍니다. 저는 매년 만나다 보니 이 작품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작품 앞에 섰습니다.

작가는 ‘빛의 화가’ 방혜자, 기증자는 도타원 홍도전(라희)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방혜자 작가는 회화를 전공했고 1961년 프랑스 파리로 가서 벽화, 판화, 스테인드글라스 등을 두루 공부하고 평생 작품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분의 작품 세계에는 하나로 관통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바로 ‘빛’입니다. 그래서 이분을 ‘빛의 화가’라고 부릅니다.

텅 빈 마음이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모래알 같은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도 아주 귀하고 참되게 볼 수 있는 그런 마음일 것입니다. (<마음의 소리: 방혜자 수상집>, 13쪽)

이분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마음을 비워 본연의 상태로 돌아가서 새로운 소리를 담을 수 있는 마음자리를 만들어 가는 작업’으로 여겼습니다. 또한 ‘이 모든 두터운 껍질을 뚫고 속까지 환하게 트여서 마음속이 맑은 거울같이 모든 사물을 비출 수 있는 상태’가 마음을 텅 비우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방혜자 작가는 이 작품을 “일원의 광명(빛)이 우주에 편만하며, 그 빛을 향한 사람들이 우주의 중심으로 걸어가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중앙중도훈련원의 ‘일원의 빛’은 이렇게 우리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앙중도훈련원은 일원의 빛과 향으로 우리의 마음을 밝히고 향기롭게 하는 성소(聖所)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 회에서 이어가겠습니다.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10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