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이야기 : 고엔카와 위빠사나 명상센터 (1)
글. 조덕상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고엔카(Satya Narayana Goenka, 1924~2013)는 미얀마(당시 ‘버마’)의 성공한 사업가였습니다. 그런 그가 명상 지도자가 되어 위빠사나 명상 전파에 일생을 바쳤습니다. 웹사이트 dhamma.org에 접속하면 전세계 233개의 명상센터와 136개의 비정규센터의 훈련 일정을 확인할 수 있고(8월 15일 기준), 여기에서 훈련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전북 진안군에 담마코리아 위빳사나 명상센터에서 이 전통을 잇고 있습니다.
10일, 양보할 수 없는 시간
고엔카 전통에는 여러 훈련 프로그램이 있는데, 핵심 프로그램은 ‘10일 훈련’입니다. 정확히 10일입니다. 여기서 10일은 명상센터에 도착한 날과 떠나는 날을 제외한 10일입니다.
왜 10일일까요? 고엔카는 스승인 사야지 우 바 킨(Sayagyi U Ba Khin)에게 명상을 배운 후 스승과 함께 명상을 지도했습니다. 이때 다양한 일정으로 훈련을 지도해 보았는데, 최소 10일을 훈련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따라서 10일은 고엔카 전통에서 결단코 양보할 수 없는 최소한의 훈련 시간입니다.
훈련만 하면 됩니다
첫날 명상센터에 도착하고 접수를 할 때 옷가지, 세면도구, 복용하는 약 정도를 제외한 소지품을 명상센터에 맡깁니다.
훈련은 묵언으로 진행되며 휴대폰 사용도 안 되고 돈을 쓸 일도 없으며 책을 읽을 수도 없습니다. 이 부분에서 훈련 규율이 매우 엄격합니다. 그 대신 명상센터에서는 잠자리, 훈련공간, 식사를 모두 무료로 제공합니다. 명상센터마다 시설 상황이 서로 다르지만, 가능하면 1인실 숙소와 개인 수행의 공간까지 제공합니다.
훈련 일정은 어디나 동일
고엔카 전통에서 ‘10일 훈련’은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 ‘빅맥’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전 세계 어느 맥도날드에 가도 빅맥의 맛은 같을 겁니다. 고엔카 전통의 10일 훈련 역시 전세계 어디나 동일합니다. 안내하는 언어는 달라도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인도에서든 동일한 프로그램입니다. 이 점이 고엔카 전통의 저력입니다. 고엔카 전통의 명상센터가 늘어나고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이 전통이 잘 전승되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10일 훈련은 작년에 참석했더라도 올해 다시 참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훈련이 끝난 후 훈련생 간에 10일 훈련을 몇 차례 났느냐고 묻곤 합니다. 예전에 필자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담마다라(Dhamma Dharā) 명상센터에서 10일 훈련 후 어머니와 함께 온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청년은 7회 째, 어머니는 13회 째라고 들었습니다.
보조법사와 함께 하는 수행 일과
새벽 4시가 되면 기상벨이 울립니다. 그리고 4시 반부터 수행이 시작됩니다. 오전, 오후, 저녁에 좌선에 바탕한 수행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수행을 전체적으로 이끄는 분은 보조법사(assistant teachers)입니다. 훈련과 숙식은 남녀 훈련생이 분리된 채로 진행되는데, 큰 선실에서 함께 수행하는 경우 한편은 여자, 다른 한편은 남자가 머물고 각 그룹의 앞쪽에는 남녀 보조법사가 각각 훈련을 이끌어 갑니다. 또한 보조법사는 훈련생들이 안내된 방법에 맞게 수행을 하고 있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등을 개별 인터뷰로 파악합니다. 이렇게 체계화된 방식으로 10일간 훈련을 진행하게 됩니다.
훈련을 마쳤다면 이제부터 구수련생(old students)
이렇게 10일 훈련이 끝납니다. 고엔카 전통에서는 10일 훈련을 마친 훈련생을 ‘구수련생(old students)’이라고 부릅니다. 10일 훈련을 받은 경험을 블로그 같은 곳에 올린 것을 볼 수 있는데, 휴대폰도 사용할 수 없는 고립된 듯한 상황에서 고전을 하다가 차차 안정을 되찾고 마침내 10일간의 고행(?)을 마쳐 ‘구수련생’이 되었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그리고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도 고엔카를 영적 스승으로 모시고 명상을 오랫동안 수행해 왔습니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 역시 구수련생이니 동문이 되는 셈이네요.
필자가 생각하기에 구수련생에게는 ‘보시바라밀’을 행할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됩니다. 예를 들어, 10일 훈련을 모두 마치고 구수련생이 된 후 다시 10일 훈련에 참석할 경우, 10일 훈련의 도우미(server)로도 참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공간에서 보호를 받으며 오로지 수행만 할 수 있도록 베풀어준 은혜를 갚는 보시바라밀의 길이 되는 겁니다.
벌써 지면이 다 찼네요. 그럼 다음 회에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10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