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좌(盤坐)
글. 장진영(진수)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장·교무
좌선의 기본은 앉은 자세, 즉 좌법(坐法, sana)이다. 좌법은 깊은 선정, 즉 삼매(samhi)를 얻기 위해 요긴한 방법이다. 앉지 않고서 선정에 들 수 없는 것이다. <정전> 좌선의 방법에서 1조에 ‘좌복을 펴고 반좌(盤坐)로 편안히 앉은 후에 머리와 허리를 곧게 하여 앉은 자세를 바르게 하라’고 하였다. 여기서 반좌는 두 다리를 교차하여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 자세다.
근래에 명상 전문가 이영일 박사는 <붓다는 결가부좌를 하지 않았다.> (수련하는 돌)라는 책을 통해 붓다 이후 좌법의 변천 과정을 정리한 바 있다. 초기불교의 문헌에서 붓다는 빨리어로 ‘빠르양까(pallaka, 산스끄리뜨어 paryaka)’라는 좌법을 하였다고 하는데, 이 빠르양까는 ‘완전히(pari) 구부린 무릎(aka)’의 의미로 사용된다. 당시 붓다의 좌법은 교족좌(交足坐, 두 발을 겹쳐 앉는 자세)나 합족좌(合足坐, 두 발바닥을 마주하여 앉는 자세)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 기원 전후 북인도에서는 설일체유부 문헌에서 언급되고, 간다라 불상에서 결가부좌상이 출현하는 등 쿠샨 왕조를 거치면서 ‘결가부좌(結跏趺坐)’가 널리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결(結)’은 결합하다는 뜻, ‘가(跏)’는 책상다리를, ‘부(趺)’는 발등을 뜻하는 말로서, 결가부좌는 두 다리를 교차하여 발등을 허벅지 위에 올리는 자세를 뜻한다.
중국에서 가부좌(跏趺坐)는 호좌(胡坐), 부좌(趺坐), 혹은 반좌(盤坐)라고 불리는데, 이는 중국 전통의 무릎 꿇는 자세인 궤좌(坐)와 구분되는 것이다. 가부좌는 전(全)가부좌와 반(半)가부좌로 나뉘는데, 결가부좌에도 대체로 인도(간다라)식 결가부좌(길상좌)는 오른다리가 (왼쪽 허벅지) 위로 올라간다면, 중국식 결가부좌(항마좌)는 왼다리가 (오른쪽 허벅지) 위로 올라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한 인도 전통, 즉 후기대승불교의 영향을 받은 티베트 밀교는 오른발로 왼발을 누르는 길상좌식 좌법이라면, 중국 전통, 특히 선종에서는 왼발로 오른발을 누르는 항마좌식 좌법이 주가 되었다. 한편 반가부좌 혹은 반가(半跏)라는 용어는 8세기 초 밀교 경전에서 다수 사용되는데, 밀교식 반가부좌는 오른발이 왼발을 누르는 방식(길상좌식)이라면, 중국의 선종식 반가부좌는 왼발이 오른발을 누르는 방식(항마좌식)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항마좌식 좌법은 왼쪽을 음으로 보고, 오른쪽을 양으로 보는 음양의 이론에 입각한 것으로 왼발(음)로 오른발(양)을 누르고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대체로 수나라 천태지의 대사 이후로 중국, 한국, 일본의 좌법은 선종의 항마좌로 거의 통일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좌음우양(左陰右陽) 혹은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원리에 따른 것이다.
<정전> 좌선의 요지에서 ‘좌선은 이 모든 망념을 제거하고 진여(眞如)의 본성을 나타내며, 일체의 화기를 내리게 하고 청정한 수기를 불어내기 위한 공부’라 하여 식망현진과 동시에 수승화강을 강조하였다. 대산 종사는 ‘좌선을 할 때는 평좌나 반가부좌도 무방하나 결가부좌로 하는 것이 좋으며’라고 하였다(<대산종사법어> 적공편 20장).
한편 묵조선(默照禪)을 주장한 조동종에서는 ‘지관타좌(只管打坐)’라 하여 이미 깨어있는 자(本覺)로서 ‘오직 앉아 있을 뿐’ 그 무엇을 구하거나 의지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처음과 끝이 한 자리에 있는 것이니, 앉는 즉시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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