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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마음공부 31. “염불”
키워드로 본 마음공부 31. “염불”
마음인문학연구소2022-01-28

염불

글. 장진영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장·교무

마음공부에서 집심(執心) 공부와 관심(觀心) 공부는 가장 기본적인 공부법이다. 불교수행도 전통적으로 마음을 한 곳(一境)에 집중하는 사마타 (Samatha, 止)와 어떤 대상을 가까이에서 머물러 관찰하는 위빠사나 (Vipassana, 觀)가 양 축을 이룬다.
집심 공부는 한 곳에 마음을 모음으로써 마음을 고요히 하는 공부로서 마음에 안정(삼매)을 얻게 한다. 반면에 관심 공부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함으로써 마음을 깨어있게 하는 공부이며 마음에 통찰(지혜)을 얻게 한다. 이는 마음의 두 가지 측면, 즉 텅 비어서 맑고 고요한 측면과 두렷하고 밝게 깨어있는 측면을 양성하는 공부라 할 수 있다.
정신수양에서 정신을 ‘마음이 두렷하고 고요하여 분별성과 주착심이 없는 경지’라고 정의하였는데, 고요함과 두렷함은 온전한 마음(정신), 우리의 참된 본성의 두 측면이다. 진공묘유, 공적영지도 본성의 두 측면을 하나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없는 면과 있는 면, 분별이 없는 자리와 분별이 나타난 자리를 아울러 두 측면이 균형이 잡힌 상태가 되면, 무심(無心) 공부를 통해서 진공으로 체를 삼고 묘유로 용을 삼는 공부, 즉 ‘언제나 선, 어디서나 선’(無時禪 無處禪)을 할 수 있게 되며, 일상생활에서 자성(공적영지)을 떠나지 않는 공부가 가능하게 된다. 여기서 무심은 공적영지의 마음이고, 적적성성한 마음이며, 평상심(平常心)의 상태다. 이처럼 적적함과 성성함, 즉 고요함과 두렷함을 갖추기 위해서 정신수양이 필요한 것이다. 정신수양의 여러 방법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공부 대상이 바로 호흡이다. ‘지금 여기’에서 호흡을 챙기면, 그 순간 자신의 생각과 감정(분별성과 주착심)에서 벗어나 본성이 온전히 드러나고, 현상도 있는 그대로 관찰할 수 있게 된다.
본성이 드러난다는 것은 ‘나’라는 상이 없는 상태이다. 정신수양에서도 ‘호흡은 고르게 하되’라고 하였듯 자연스럽게 호흡을 길들여갈 필요가 있다. 평소에 날숨을 최대한 내쉬는 것이 긴장을 풀고 호흡을 고르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대중적인 수행법으로서 ‘만트라(Mantra)’는 호흡과 결합하여 마음의 안정을 얻는 데 널리 활용되고 있다. 만트라는 주문이나 염불 등도 모두 해당한다. 이는 특정 문구를 반복적으로 염송하는 방법 으로 호흡과 결합하여 마음의 안정을 쉽게 얻게 해준다.
특히 염불의 문구인 ‘나무아미타불’은 무량수각(無量壽覺)의 뜻으로 생멸 없는 참 본성을 의미한다. 현실에서 고통 받는 중생들은 아미타불의 정토극락을 향한 간절한 염원을 담고 있지만, 본성에는 동방과 서방이 따로 없고 중생과 부처가 따로 없다. 그러므로 염불(만트라) 수행을 통해 밖으로 마음을 요란케 하는 경계를 대치하며, 동시에 안으로 참 본성에 귀의하는 요긴한 공부법이 된다.
염불을 할 때, ‘나-무-아-미-타-불’의 문구를 반복하여 염송하는데, 그러면 자연스럽게 내쉬는 숨이 길어진다. 이때 날숨은 숨이 바닥날 때까지(혹은 소리가 희미해질 때까지) 반복하면서 길게 내쉬고 다시 짧게 들이쉬기를 반복한다. 이를 통해서 호흡은 골라지고, 몸도 이완되며 마음도 안정을 얻게 된다. 그렇게 염불 소리가 호흡에 올라타 계속 반복되면, 처음에는 ‘내’가 염불을 시작하였지만, 나중에는 소리만 남고 ‘나’는 사라지게 된다. 이처럼 염불 등 만트라를 통해 호흡도 차차 골라지고 마음에 깊은 안정도 얻게 된다.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