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말선초는 유·불 이교가 각축하는 사상의 일대전환기였다. 조선왕조가 성리학을 치국이념을 삼아 억불숭유(抑佛崇儒)정책을 전개하므로써 이전의 고려왕조까지 국교적 위치에 있던 불교는 자생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조선시대의 유·불·도 삼교가 다같이 실천수행적 성격을 띠는 가운데, 불교의 선일원화(禪一元化)나 서민불교의 경향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말해준다. 유불논쟁에 있어서 배불론(排佛論)은 정도전(鄭道傳, 1342-1398)의『불씨잡변(佛氏雜辨)』이 대표격이며, 불교를 이단으로 배척하는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득통기화(得通己和, 1376-1433)의『현정론(顯正論)』은 이에 대한 대답의 성격을 띤 호불론(護佛論)이다. 「현정」이란「바름을 드러낸다」는 뜻으로, 14가지 문답으로 불교에 대한 곡해를 풀고자 하였다. 따라서 그의 유불논쟁은 심성수양과 이국치세에 있어서 유·불·도 삼교의 원리가 동일하다는 입장에 서 있으며, 이들을 회통하는 입장에서 불교의 가르침이 유교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득통은 유교측으로부터 불교를「충효를 저버리는 오랑캐의 가르침」이라 부르는데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그의 유불논쟁에서 충효와관련된 사회윤리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유교측에서 불교를 공격하면서 사용하는 심·기·리(心氣理) 등의개념을 사용하고 있는데, 유·불 이교 내지 유·불·도 삼교의 회통을마음(心), 즉 심전정화(心田淨化)에서 찾는다. 그의 논지는 각자의 인간성 회복에 초점이 맞추어 개진(皆眞)을 통한 인륜과 도덕을 지향하는특성을 지닌다. 심전정화로 삼교가 조화롭게 공존할 때 국태민안이 따르며, 불교의 가르침이 유교에서 말한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 도움이 된다고 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