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동시적으로 경험하며 살아간다. 이렇게 물질적인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비물질적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밝혀보는 것이 이 글의 주된 목적이다. 우리는 상대방의 마음을 결코 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항상 직관, 기억, 느낌, 정서, 상상력 등을 동원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한다. 마음을 읽고자 한다는 것은 타인의 마음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세상이 수많은 상이한 마음들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마음은 물질에 미치는 비물질적인 실체라고 생각되며, 따라서 우리는 은연중에 물질에 영향을 미치는 비물질적인 것의 인과력을 믿는다. 우리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마음을 읽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세상의 많은 일들이 투명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마음의 온갖 도구들을 동원하여 타인의 마음을 읽고자 한다 하더라도, 상이한 마음들이 유리처럼 투명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삶의 많은 문제들과 고민들은 바로 이러한 불투명한 마음의 존재에 대한 가정에서 비롯한다. 우리는 자기의 마음을 들키지 않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 노력할 뿐만 아니라, 마음을 감추고 읽는 기술이 생존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배운다. 그러므로 인간의 세계는 마음 읽기의 전쟁터와도 같다. 상대방의 마음을 전혀 읽지 못하는 자는 사회적 부적응 상태에 빠질 것이고, 자기의 마음을 모두 들켜버린 인간은 마치 자신의 피부가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는 것과도 같은 불안감에 빠져들 것이다. 인간은 자연스럽게 모든 사람들의 서로 다른 마음들을 한눈에 꿰뚫어 보는 존재, 즉 초자연적인 신적 존재를 가정하게 된다. 이러한 존재들은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를 관통하는 존재들이며, 마음의 장벽을 넘어서는 비물질적인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인간들의 일상세계를 지배하는 마음 읽기는 자연스럽게 모든 상이한 마음을 이해하고 포착하고 수용하고 있는 존재, 모든 상이한 마음의 흐름의 출처가 되는 존재, 나아가 모든 상이한 마음을 통합하는 총합적인 마음을 지닌 존재를 가정하게 된다. 바로 신 관념은 이러한 상이한 마음들이 수렴되는 장소이다. 이러한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서, 이 글에서는 애니미즘과 의인주의에서 시작하여, 유일신론에 대한 종교사적 논의뿐만 아니라 인지종교학적 마음 읽기 이론 등을 거치면서, 마음 읽기의 관점에서 신 관념을 이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려 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믿는 것과 보이지 않는 신을 믿는 것은 상당히 비슷한 구조와 작동 원리를 지니고 있다. 나아가 이 글에서는 현재 우리의 신 관념을 지배하고 있는 유일신론의 인지적인 자연스러움에 대한 주장을 검토하고, 아울러 유일신론이 어느 지점에서 인간의 직관적인 인지적 구조를 일탈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