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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기고] 정의란 무엇인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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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4-04-13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인문학 기고- 정의란 무엇인가?
2014년 04월 13일(일) 18:13 [(주)전라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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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인류의 사회화 과정만큼이나 오래된 철학적 개념이다. 정의에 대한 인류의 사색은 물물교환의 시작과 함께 등가물 계산이 이루어지면서 발달되기 시작하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회적 관계에 주목한다.
유럽 도시들의 중심인 시장광장에 서있는 정의의 여신 이유스티티아(iustitia)의 희랍식 이름은 디케(Dike)로 둘로 나눈다는 어원을 가지고 있어 정의가 몫의 정확한 분배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누가 이 여신에게 저울과 칼을 쥐어주었는가는 또 다른 맥락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정의의 여신이 들고 있는 소품들은 균형과 공권력을 상징하고, 그녀의 눈을 가린 안대는 설령 아버지가 저울에 올라타더라도 그 저울이 한쪽으로 기울면 인정을 따르지 않고 칼을 내려치겠다는 불편부당성을 웅변적으로 나타낸다.
플라톤에게서 정의는 영혼의 각 부분들인 욕정, 기개, 이성이 조화를 이룬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자, 인간 영혼이 확대된 것으로 여겨지는 공동체에서는 생산자, 수호자, 통치자 집단 사이의 사회적 분업이 시샘 없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상태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의를 이렇게 상태로 파악하는 것은 서양 철학사에서는 플라톤이 마지막이다. 그 이후로 정의는 지혜, 용기, 절제와 함께, 인간이 인생을 살며 획득하고 연마해야 할 도덕적인 네 중추덕의 하나로 여겨져 Aristoteles, Cicero, Seneca를 거쳐 유태교의 Philon과 기독교의 교부들로 전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플라톤의 『향연(Symposion)』에서 집주인 아가톤(Agathon)은 자신이 Eros를 찬양할 차례가 되자 지혜, 정의, 용기, 절제의 4 중추덕을 가지고 Eros를 찬양한다. 인간의 옳음을 뜻하는 덕 뿐만 아니라 그것을 4가지 주 스펙트럼으로 나누어 고찰하는 사고방식이 당시 고대인들에게 이미 당연시 되고 있었다는 간접증거이다. 서구 인간의 자기이해의 주요한 축 중의 하나인 이 4 중추덕은 그 후로 기독교의 인간이해와 더불어 유럽 자의식의 근간이 되었고, 인간을 전면에 내세우고 인간을 그 가능성의 극한에까지 이르게 만드는 기본덕으로 고찰되어져왔다.
“누구에게나 그 자신의 것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정의의 고전적 개념이다. 이 간단한 생각은 인간의 본성에 기초해 있다. 인간은 정신적이며, 스스로의 완전성 때문에 실존하는 존재이자 그 자체로 인격체(Person)이다. 이 인격에 근거해 모든 인간은 양도할 수 없는 권리(suum)를 갖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충실한 주석가이자 중세의 대표적인 교부인 아퀴나스(Thomas Aquin)는 이 권리를 인간의 피조성에 돌리고 있다.
모든 인간적 토론의 밖에 위치하는 창조를 통한 인격체로의 설정을 통해 인간은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인간이 피조물(creatura)이라는, 즉 신에 의해 인격체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이유로, 모든 인간에게는 무엇인가 절대적인 어떤 것이 그 자신의 것으로 주어진다. 바로 이것, 즉 양도할 수 없이 자신의 것으로 주어진 절대적인 “권리(suum)”가 정의(iustitia)의 전제이자 대상이 된다. 정의의 의무는 상대편에게 어떤 ‘권리’가 있을 때만 성립된다는 얘기다. 양대종 연구교수/마음인문학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