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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마음공부 27. “기(氣)”
키워드로 본 마음공부 27. “기(氣)”
마음인문학연구소2021-09-07

기(氣)

글. 장진영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장·교무

무더위에 짜증이 올라오다가도 청량한 바람 한 줄기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오랜 장마에 우울하던 마음도 따스한 햇살 한 자락에 어느새 푸근해진다. 시원한 사이다 발언에 답답했던 속이 확 풀리기도 하고, 따뜻한 한 마디 위로에 얼어붙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기도 한다. 다만 우리는 각자의 의지를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주위의 경계(조건과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마음이 주위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오히려 경계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그러므로 마음공부를 하고, 큰 원을 세운다. 마음에 힘(心力)이 쌓이면, 또한 큰 뜻(願力)을 굳게 세우면, 경계에 쉽게 끌려가지 않게 되고 마침내 뜻을 이루게 될 것이다. 반면에 심력이 부족하고 원력이 부실하면, 항상 경계를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결국 경계를 탓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 뿐이다.

우주만물은 한 순간도 머물러 있지 않다. 시시각각 변화한다. 변하는 측면으로 보면, 우주는 성주괴공으로, 만물은 생로병사로, 사시는 춘하추동으로, 하루는 밤낮으로 변화한다. 그러므로 그때에 맞게 주어진 기운을 잘 알고 잘 지키고 잘 사용하는 공부가 필요하다. 맹자는 밤기운을 길러 성품을 보존하는 ‘존야기(存夜氣)’를 중시했다. 아침 좌선과 저녁 염불을 통해 적적성성(寂寂惺惺)한 기운을 양성하고 두렷하고 고요한 정신을 맑힌다. 마음에 식망현진(息妄顯眞)과 몸에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마음이 고요해지면 기운이 안정되어 대령(大靈)에 합하고 대기(大氣)와 하나 된다.

아침저녁으로 좌선하고 염불하며, 낮에는 각자의 원력에 따라 뜻을 이루기 위해 기질을 단련하고 심신을 활용하여 선업을 짓고 보은하며 살아간다. 틈틈이 자연을 가까이 하며, 주기적으로 명산대천을 통해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른다.

정산 종사는 “기(氣)가 영지(靈知)를 머금고 영지가 기를 머금은 지라 기가 곧 영지요, 영지가 곧 기니 형상 있는 것 형상 없는 것, 동물 식물과 달리는 것 나는 것이 다 기의 부림이요, 영지의 나타남이라.”(<정산종사 법어> 원리편 14장)하였다. 기와 영, 영과 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내함(相互內含)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영(靈)은 인간(동물 포함) 마음을 위주로 본 것이라면, 기(氣)는 우주(식물 포함) 만유를 위주로 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만물이 화생하는 데 구분이 있나니, 영지가 주가 되어 기운을 머금은즉 동물이 되고, 기운이 주가 되어 영지를 머금은 것이 식물이라”(<정산종사 법어> 원리편 15장)고 하였다.

마음에 분별이 없으면, 모두가 한 마음(大靈), 한 기운(大氣)이다. 한 마음 혹은 한 기운에 합하면 영의 능동성(주재성)을 잠시 쉬고, 기의 운동성(조화성)에 따르게 된다. 한편 우주의 변화(성주괴공, 춘하추동, 생노병사)와 마음의 동정(심신작용)에 따라 개령(個靈)과 개기(個氣)로 나뉘면 천차만별로 업을 짓게 된다. 이때 경계를 의식하지 못한다면 평소의 습관과 업력에 따라 살게 된다. 본능적으로 욕심에 끌리고, 습관적으로 경계에 반응한다. 의식을 하든지 못하든지(자각이 있든 없든) 모든 행위는 업이 된다. 선한 의지가 발하면 선업을 짓고, 악한 의지가 발하면 악업을 짓는다. 개령은 의지에 따라 업을 짓는 것이다. 항상 깨어있는 마음으로 우주의 기운을 머금고 선한 의지로 자신과 세상을 변화시켜 나아가야겠다.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5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