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원불교신문] 마음인문학연구소 기획9-또 다른 형식의 일상수행의 요법, ‘마음-바람개비’ 돌리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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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9-10-23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불교는 인간이 겪는 고통번뇌의 원인이 마음에 있는 것으로 보고 고통번뇌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마음수행에서 찾았다. 그러자 불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많은 이들이 마음을 닦기 위해 요란한 세속세계를 떠나 고요한 산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와 함께 출범한 원불교는 물질문명의 발달과 인간의 무명 및 고통·번뇌 간에 성립하는 상관성을 인지하고 물질문명의 도전에 마음의 응전력을 키우기 위해 물질문명이 전개되고 있는 현장인 일상생활 속에서 마음공부할 것을 제안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날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도래하고 있는 정보혁명 내지 4차 산업혁명은 사람들을 물질문명의 이기로 가득 찬 인터넷망과 스마트폰 속 사이버세계로 유인해 실재계를 떠나 관념의 추상적인 세계, 가짜 세계에 머물도록 강제하면서도 현실에서는 탐·진·치를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사이버공간이 현대인의 삶의 장이 되어가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거기에 저당잡히고는 마치 좀비와도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 시대보다도 마음이 위기를 맡고 있다. 그래서 또한 마음공부가 어느 시대보다도 시급하다. 원불교는 삼학팔조와 사은사요라는 원불교식 마음공부법을 9개 항목에 달하는 일상수행의 요법에 집약시켜 일상 삶 속에서 이를 표본 삼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공부하도록 해놓았다. 그리고 이를 다시 정각정행(正覺正行), 지은보은(知恩報恩), 무아봉공(無我奉公), 불법활용(佛法活用)이라는 네 개의 항목으로 구분해 축약시켜 놓았다. 성실한 원불교인이라면 이것들을 외우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겠지만, 그런다고 마음공부를 잘 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럴 수 있으려면 일상수행의 요법 내지 마음공부법을 온전히 이해하고 편리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일상수행의 요법에 있는 일부 표현들은 고답적이거나 농축적인데다가 아홉 개에 달하는 수행의 요법들은 특정의 마음공부들을 지목하고 있어, 다소 장황한 감이 없지 않으며 일상 삶의 제반 활동들에 두루 적용하기에는 제한적인 측면이 있다. 범용적인 용도와 수월한 적용이 가능한 마음공부법이 되려면 일상수행의 요법들이 실천 친화적이고 간단·명료한 형태를 띨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자신의 근원인 참 나로 들어감을 상징하는 명상 조형물. 〈소재 : 미국의 명상센터인 오메가 인스티튜트〉 하나의 대안으로 필자는 일상수행의 요법을 다음과 같이 재구성해 본다. 1∼3조. 심지는 원래 요란함·어리석음·그름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하는 것으로써 자성의 정·혜·계를 세우자. 4조. 신과 분과 의와 성으로써 불신과 탐욕과 나와 우를 제거하자. 5∼9조. 원망생활, 타력생활, 배울 줄 모르는 사람, 가르칠 줄 모르는 사람, 공익심 없는 사람을 감사 생활, 자력 생활, 잘 배우는 사람, 잘 가르치는 사람, 공익심 있는 사람으로 돌리자. 이렇게 일상수행의 요법 9개조에는 첫째, 생각의 동굴 밖으로 빠져나와 세상을 바라보거나 1차질서의 마음작용 위에 새로운 2차질서의 마음을 동반하는 ‘메타마인드 중심 마음공부’, 둘째, 편향적인 경향이 있는 에고의 생각을 반대로 돌리거나 뒤집어보는 에고 상대 ‘생각돌리기 마음공부’, 셋째, 에고의 마음이 일어나기 이전의 불이(不二)의 본래마음을 회복하거나 드러내는 ‘셀프(본성) 중심 마음공부’, 넷째, 타자나 세상과의 불이적 관계성을 자각하고 유지하고 증진하는 ‘대타관계 중심 마음공부’가 표현되어 있다. 즉, 에고를 재구성하거나 고치는 마음공부 그리고 마음을 에고의 상하좌우의 방향으로 키우는 마음공부가 표현되어 있다. 상술한 마음공부들을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든지 실천해 볼 수 있다. 생활 속에서 수시로 2차질서의 마음인 메타마인드를 내서 나 자신 및 타자의 행동거지를 여여한 마음으로 굽어보고, 수시로 자신이나 타자의 생각을 반대로 뒤집어보는 시도를 해보고, 만물이 하나의 (우주적) 근원에서 뻗어 나온 서로 다른 현상, 즉 우주본성의 현현임을 자각하면서 한편으로는 현상의 근원의 자리에 시선을 돌리는 시도를 수시로 해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현상계 속에서 세상 혹은 타자와 하나 되고자 하는 시도를 꾸준히 실천하여 습관화해 보시라. 그 결과 사람들은 여여한 마음으로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될 것이고, 왜곡 없는 온전한 생각으로 지혜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며, 티끌 없는 맑고 고요한 마음상태에 머물 수 있을 것이고, 그리고 서로 훈훈한 마음으로 소통하는 가운데 평화롭고 은혜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삶과 세상이 모든 이들이 원하는 삶이요 세상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만인이 원하는 삶, 즉 고통과 번뇌가 무화되는 대신 안녕과 평화가 지배하는 삶의 비밀이 원불교 일상수행의 요법 9개조에 산재한 네 가지 마음공부법 안에 들어있는 셈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당장 생각에서 빠져 나와 자신의 내·외에서 전개되고 있는 모든 것들을 알아차려보고, 수시로 일어나는 주요 생각들을 반대로 뒤집거나 돌려보고, 모든 경험의 근원인 의식의 빛의 자리에 머물러보고, 나와 동일한 근원에서 출몰하는 다른 모든 만물현상들에서 동일한 운명과 공속성을 발견해보는 것을 마치 네 개의 날개를 가진 바람개비가 맞불어오는 바람에 회전하듯 일상의 경계들을 상대로 돌려보시라. 즉 여러분의 ‘마음-바람개비’를 일상 삶의 바람에 돌려보시라. 밋밋하던 삶과 세상이 새삼 싱그럽게 다가올 것이고, 기존 일상수행의 요법들 또한 새로운 맛으로 다가올 것이다.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 철학박사ㆍ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교수 출처 : 원불교신문(http://www.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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