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과 공유
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 떼제공동체: 크리스천의 삶을 연습하는 곳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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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24-09-27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서른세 번째 이야기
10여 년 전 종교 간 대화에 참여하면서 ‘교회일치운동(Ecumenical Movement)’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교회일치는 뭘까? 수년 전 방문했던 떼제공동체(Communaut de Taiz)는 이 질문에 답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떼제로 떠나봅니다. ![]()
종교의 자유와 다양성 그리스도교에서는 역사상 두 번의 큰 분열이 있었습니다. 먼저 11세기로, 동방정교회와 서방 가톨릭교회로 나뉘었습니다. 정교회는 ‘올바른(orthodox)’ 교회를 뜻하고 가톨릭교회는 ‘보편적인(catholic)’ 교회를 뜻합니다. 다음은 16세기 종교개혁으로, 당시 가톨릭에 ‘이의를 제기하며(protestant)’ 개신교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작은 분열들이 있었는데, 개신교계의 재세례파(Anabaptists), 성공회(Anglicanism), 감리교(Methodism) 등의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종교 속의 분열은 주로 신앙적 해석의 충돌이나 기존 체제에 대한 혁신에서 나타납니다. 교회가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분열이 지니는 부정적인 인식도 있지만) 종교적 자유가 다양성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떼제공동체 떼제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 이름으로, 1940년에 이곳의 작은 농가에서 시작해 현재의 공동체로 성장했습니다. 창립자인 로제 수사(1915~2005)는 개혁교회 출신으로, 그리스도교적 삶을 구현하며 일생을 헌신했습니다. 그의 뒤를 이어, 천주교 신자였던 알로이스 수사가 2005년부터 원장을 맡았으며, 2023년 12월부터는 성공회 신자였던 매튜 수사가 원장이 되었습니다. 떼제 홈페이지(taize.fr)에는 총 32가지 언어로 안내되어 있어, 이 공동체가 온 세상과 인연을 맺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가족 단위로도 참여할 수 있으며,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잘 준비되어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접수하고 떼제에 도착해서는 접수처(Casa)에서 안내를 받습니다. 예약 단계에서 숙소가 제한적이기에 텐트 사용을 권장합니다. 텐트는 직접 가져오거나 떼제에서 제공하는 텐트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기숙사도 준비되어 있으며, 숙박과 식사는 소박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매점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떼제공동체에서는 보통 일주일 단위로 머물고 떠납니다. 더 머물고 싶다면 자원봉사를 신청해 4주 정도 더 체류할 수 있습니다. 그 이상 머물려면 추가 협의가 필요합니다. ![]() ![]() ![]()
하나님께 다가가는 연습 떼제의 중심 건물은 ‘화해의 교회(L’ glise de la Rconciliation)’입니다.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찬양과 기도를 드립니다. 모두가 함께 만들어내는 웅장함과 성스러움의 노래는 서로에게 감동을 줍니다. 노래의 힘은 <성경>에서 나옵니다. <성경> 구절을 단순화했기에, 누구나 쉽게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일부 노래의 경우 선창자의 독주 후 ‘할렐루야’와 같은 후렴을 함께 부릅니다. 이러한 단순화에는 교회일치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찬양과 기도, 침묵은 하나님을 모시고 살아가는 크리스천의 삶을 연습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천 명 이상이 동시에 참여하는 공간에는 의자가 많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6천 명까지 몰리기에 이곳에서의 기도를 세 번 정도 나누어서 합니다. 교회 내부는 뒤쪽이 높고 앞쪽이 낮게 경사를 이루고 있기에 주로 바닥에 앉습니다. 공간이 비좁을 수 있지만, 불편해하지 않고 자유롭게 앉아 하나님에게 다가가는 시간을 가집니다. ![]() ![]()
삶의 리듬을 연습하는 곳 떼제에서는 여기저기 소그룹이 둥글게 둘러앉아 대화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됩니다. 참여자 간에 서로의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이렇게 찬양, 기도, 침묵, 대화가 프로그램의 핵심입니다. 이곳에서는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말씀을 새기며 크리스천의 삶을 연습합니다. 떼제의 시간이 끝나면, 떼제는 참여자들이 자신이 사는 곳의 교회 공동체에 참여하며 크리스천의 삶을 살아가도록 권장합니다. 머무는 기간을 한정하는 것은 다수에게 크리스천의 삶을 배우고 연습하도록 안내하려는 목적입니다. 매주 수천 명, 매년 수십만 명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이 왔을 텐데, 떼제공동체는 그들을 떼제의 멤버로 만들려 하지 않고 대신 세상에서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도록 안내하고 응원했습니다. 떼제는 삶의 연습장이었던 겁니다. ![]() 이 공동체는 80년이 넘는 역사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이는 눈에 보이는 건물이 크지 않다는 뜻일 뿐, 떼제는 교회를 나누지 않기에 실질적으로 어느 공동체보다도 더 큰 공동체입니다. 2017년부터는 매년 크리스천 청년과 무슬림 청년이 만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회일치의 공동체를 구현하는 떼제는 이제 종교 간의 화해와 소통으로 그 규모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삶을 연습할 수 있는 마음공부공동체가 존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떼제공동체의 여정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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