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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 템플스테이와 함께 하는 우리 사찰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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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24-08-05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서른두 번째 이야기
해인도, 해인사의 미로 해인사의 경내로 들어오면 지도를 펼쳐놓은 것 같은 특별한 땅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들은 미로 같은 공간 속에서 두 손을 모으고 천천히 걷습니다. 해인사에서는 이를 ‘해인도’라고 부르는데, 신라의 의상 스님과 관계가 깊습니다. 의상 스님은 중국에서 화엄(華嚴)을 공부했습니다. 이때 <화엄경>의 정수를 담은 게송인 ‘법성게(法性偈)’를 지었습니다. 7언 30구의 총 210자로 이루어져 있고, 여기에 도상을 더한 것이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입니다. 화엄일승법계도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데, 그 중 하나가 해인도입니다. ![]() ![]()
15구: 마음을 처음 일으킬 때, 곧바로 바른 깨달음이다. (初發心時便正覺) 19구: 능히 해인삼매에 들어간다.(能入海印三昧中) 30구: 예로부터 부동함은 이름 부르길 부처라 한다.(舊來不動名爲佛)
‘초발심시변정각’이라는 말씀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 마음을 바르게 일으키면 그것이 깨달음에 이르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말씀을 들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나도 깨우칠 수 있겠다는 한 가닥 희망이 생깁니다.
우리 사찰의 이야기들 우리나라에는 오랜 역사를 지닌 사찰이 많고, 곳곳에 수행자의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제가 들었던 이야기가 있는데, 어느 스님이 물고기죽을 먹고 계곡에 똥을 누었더니 물고기들이 살아서 헤엄쳤다고 합니다. 그 물고기가 ‘중태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삼국유사>의 두 고승 이야기로 연결되는데, 두 스님이 물고기를 먹고 똥을 눈 후 힘차게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고 저것이 ‘내 물고기(吾魚)’라고 소리쳤다고 합니다. 이게 포항의 사찰 ‘오어사(吾魚寺)’의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절마다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해인사의 경우, 최근까지 계셨던 두 분의 수행자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성철 스님(性徹, 1912~1993)과 혜암 스님(慧菴, 1920~2001)입니다.
내 말에 속지마라 어느 기자가 성철 스님을 인터뷰하며 보감되는 말씀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답했습니다. 내 말에 속지마라. 내 말 말이여. 내 말 하는데 속지 마란 말이여. 난 순 거짓말만 하는 사람이니까. 알겠어요? 근사한 말씀을 기대했을 텐데, 기자는 어리둥절해졌을 것입니다. 내 말에 속지마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내 말에 속지마라. 우리는 무엇에 속고 살고 있을까요? 화두입니다. 말에 속지마라. 말에 있는 게 아니라면, 그럼 무엇에 있다는 것인가? 화두입니다. 당시 성철 스님께 한 말씀 듣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스님을 뵈려면 절돈 3천원을 내야 합니다. 절돈 3천원은 삼천 배를 말합니다. 성철 스님을 모셨던 원택 스님은 절돈 3천원이 비싸다고 깎아보려다가 만 배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성철 스님은 “속이지 마라”라는 한 말씀을 전했습니다. 삼천 배 이야기는 절이 절하는 곳임을 말해 줍니다. ![]() ![]()
공부하다 죽어라 혜암 스님하면 다들 “공부하다 죽어라”라는 말씀을 떠올립니다. 스님에 관련된 책의 제목이 ‘공부하다 죽어라’인 것도 이런 연유와 닿아 있습니다.
공부하다 죽어라! 공부하다 죽으면 이 세상에서 가장 수지맞는 일이다.
스님은 일찍부터 장좌불와(長坐不臥)를 실천했습니다. 눕지 않고 앉아서 수행하며, 잠을 자더라도 눕지 않고 앉아서 잠을 청했습니다. 장좌불와하면 성철 스님을 먼저 떠올리는데, 혜암 스님 역시 젊은 시절부터 장좌불와를 실천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정말 무섭게 정진적공을 하였습니다. ‘공부하다 죽어라’는 단지 입으로 하는 말이 아니고, 평생을 실천한 삶에서 나온 혜암 스님의 사자후입니다. 공부하다 죽어라. 이 뜻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그러다 보니 또 생각이 듭니다. 그럼 ‘공부’는 뭐지? 이렇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이게 화두인가 봅니다. 템플스테이를 한다면, 그 사찰만의 이야기를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이야기들은 우리와 사찰을 이어주고, 이렇게 인연을 맺다 보면 부처님의 말씀이 우리 가슴 속에 이야기처럼 새겨지지 않을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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