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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우리 사찰과 함께 하는 템플스테이
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우리 사찰과 함께 하는 템플스테이
마음인문학연구소2024-07-18

해인사에 가다

서른한 번째 이야기

 

글. 조덕상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우리 산에는 불교 사찰이 많습니다. 등산을 하던 중 사찰에 방문하기도 하고 예불을 드리러 가기도 합니다. 사찰의 일상을 경험하고 하룻밤을 보내는 쉬운 방법은 템플스테이입니다. 그래서 좋은 곳을 추천할까 합니다. 합천 해인사입니다.

 

어디가 좋을까? 며칠간 머물까?

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사찰을 선택하고 체류 일정을 정할 수 있습니다. 템플스테이는 주말을 이용한 1박 2일, 2박 3일 과정이 대중적입니다. 프로그램은 주로 휴식형과 체험형으로 나뉩니다. 휴식형은 심신을 쉬며 산사의 고요함을 즐기고 예불(禮佛)을 참여하는 정도로 진행됩니다. 체험형은 108배 절 수행, 염주 만들기, 스님과 차담, 산행, 명상 수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됩니다.

1.  가야산 해인사 일주문(一柱門). 기둥이 한 줄로 있어서 ‘일주’이며, 성(聖)과 속(俗)을 나누는 문이니, 속세의 마음은 내려놓고 불국토로 들어가자. 
1.  가야산 해인사 일주문(一柱門). 기둥이 한 줄로 있어서 ‘일주’이며, 성(聖)과 속(俗)을 나누는 문이니, 속세의 마음은 내려놓고 불국토로 들어가자. 

해인사 템플스테이 공간은 200여 명의 스님이 공부하던 강원 자리였습니다. 요즘은 종교의 출가자 인구가 줄어들다 보니, 템플스테이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게 되었습니다. 차량으로 온다면 해인사를 오른편으로 끼고 위쪽으로 올라오면 선림원, 휴휴정사, 무아정사로 구성된 템플스테이 공간에 닿게 됩니다. 중간중간 안내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도착했다면 곧장 사무실로 가서 예약을 확인한 후 숙소를 배정받고 머무는 동안 입을 개량 한복 바지와 조끼를 받습니다.

 

해인사의 소리: 사물과 예불

오후 3시 전후로 입소를 마치고, 오리엔테이션 및 사찰 안내, 5시 저녁식사로 이어집니다. 식사 후 6시에는 사물(四物) 관람을 합니다. 사물은 법고(法鼓), 범종(梵鐘), 목어(木魚), 운판(雲版)의 네 가지를 이르고, 6시 정각이 되면 법고를 치기 시작합니다. 법고 소리가 끝나면 범종, 운판, 목어의 순으로 소리가 이어집니다. 다양한 재질과 모양의 사물 중 법고는 땅의 생명, 운판은 하늘의 생명, 목어는 물속 생명, 범종은 천국과 지옥 중생을 깨우치는 소리입니다.

2.  사물 중 법고를 치는 모습. 왼편의 시계를 보고 정확한 시간에 의례를 시작한다. 사물 의례를 끝마침과 동시에 예불이 시작된다. 
2.  사물 중 법고를 치는 모습. 왼편의 시계를 보고 정확한 시간에 의례를 시작한다. 사물 의례를 끝마침과 동시에 예불이 시작된다. 

이 소리가 끝나면 곧바로 대적광전에서 저녁예불이 이어지는데, 새벽예불 때도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참여형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저녁예불에 참석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그러면 첫날 프로그램을 모두 마치게 됩니다. 저녁 9시 전 모든 프로그램이 끝나고 잠잘 시간입니다. 산사의 적막함과 만나게 됩니다.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

팔만대장경이 모셔진 장경판전(藏經板殿)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그래서 장경판전 탐방은 주말에만 운영됩니다. 평일에는 볼 수 없냐고 항의를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세계문화유산이 잘 보존되길 원하는 유네스코의 요청에 따른 겁니다. 팔만대장경은 한국인의 보물이기도 하지만, 세계의 문화유산이기에 소중한 마음이 더 커집니다.

팔만대장경의 정교한 목판 인쇄술과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 직지심체요절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인쇄술은 불경(佛經)과 함께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서구에서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있어 500여 년 전의 종교개혁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인쇄술은 종교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장경판전은 대적광전 뒤편 계단으로 올라갑니다. 이곳은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며 돌아볼 수 있고, 내부 촬영은 제한됩니다. 이곳에는 두 동의 수장건물이 있는데, 수장건물 안으로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팔만대장경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직접 만져볼 수 있으면 어떨까? 이런 희망을 가져봅니다. 그래서 마련된 해인사만의 프로그램이 인경(印經) 체험입니다.

인경은 경판에 먹을 입힌 다음 한지에 찍어내는 활동입니다. 인경 체험용 경판은 팔만대장경과 동일한 크기로 제작된 것이며, 경판에는 반야바라밀다심경이 새겨져 있습니다. 휴식형으로 온 참여자도 별도의 참가비를 내고 인경 체험에 참여할 수 있고, 반야심경이 새겨진 한지를 소유할 수 있습니다.

3. 장경판전은 왼쪽 위쪽으로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일부가 보이는 건물은 대적광전이다.  
3. 장경판전은 왼쪽 위쪽으로 자리하고 있다. 오른쪽으로 일부가 보이는 건물은 대적광전이다.  
4.  장경판전 입구 현판
4.  장경판전 입구 현판
5.  장경판전은 통풍이 잘 되고 습도를 잘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세로로 긴 창 사이로 가지런히 세워진 경판들이 보인다.
5.  장경판전은 통풍이 잘 되고 습도를 잘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세로로 긴 창 사이로 가지런히 세워진 경판들이 보인다.

 

반야심경, 무엇이 없다는 말인가?

반야심경은 총 270자의 한자로 되어 있는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무얼까요? ‘무(無)’입니다. 총 21번 등장하니, ‘무’만 잘 이해하면 반야심경을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도대체 무엇이 없기에 무라고 했을까요? 저는 이중 ‘무소득(無所得)’이라는 구절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일 소득이 있다면, 즉 유소득(有所得)이라면 그건 언젠가 사라집니다. 모든 것은 변하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휴휴암좌선문(休休庵坐禪文)을 공부하며 이 구절을 만났습니다.

 

불법의 진리는 무소득(無所得)이니, 소득이 있으면 소실(所失)이 있을지라, 소득도 소실도 없는 것을 얻는 것이 곧 참된 불법의 진리를 얻음이니라.(<불교정전> 권3)

 

늘 무언가 부족합니다. 그걸 채우면 해결되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이 글귀를 만난 후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얻고 채우는 것이 아님을, 되새기니 마음이 비워지는 것 같습니다.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가겠습니다.

6.  왼쪽의 경판에 먹을 입힌 후 오른쪽과 같이 한지에 찍어 낸다.
6.  경판에 먹을 입힌 후 아래쪽과 같이 한지에 찍어 낸다.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11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