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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 스물세 번째 이야기: 반테 G와 바와나 소사이어티
세상의 모든 마음공부 공동체 : 스물세 번째 이야기: 반테 G와 바와나 소사이어티
마음인문학연구소2023-11-25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명상

글. 조덕상 교무,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오늘 탐방할 곳은 바와나 소사이어티(Bhavana Society)입니다.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이곳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구나라타나 스님. 애칭으로 '반테 G'라고 부른다.
구나라타나 스님. 애칭으로 ‘반테 G’라고 부른다.

명상이 무엇인가요?

요즘 명상 관련 책이 많아졌죠?

서구에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명상이 각광받고 있고, 한국에는 ‘마음챙김’으로 소개되며 인기가 커져갑니다. 그래서 종종 묻습니다. “명상이 무엇인가요?” 이는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어디서나 비슷합니다. 올해 4월 뉴욕타임즈는 명상 초보자에게 권할만한 여덟 권의 명상 서적을 소개했습니다. 그 첫 번째 책이 <Mindfulness in Plain English>입니다.

이 책을 쓴 분은 ‘반테 G’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구나라타나 스님(Bhante Henepola Gunaratana)입니다. 스리랑카 출신의 스님은 명상에 관한 여러 책을 썼습니다. 그래서 저는 “명상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게 되면 반테 G의 세 권의 책을 인용해서 말씀드립니다. 그 책들은 모두 ‘쉬운 말(Plain English)’로 써졌다는 특징을 갖는데, 첫 번째는 <위빠사나 명상(Mindfulness in Plain English)>입니다. 통찰 명상이라고도 부르는 데 ‘있는 그대로’의 모습, 즉 무상(無常)의 본성을 깨닫도록 도와줍니다. 두 번째는 <사마타 명상(Beyond Mindfulness in Plain English)>입니다. 보통 집중 명상이라고 설명하는데, 다른 곳으로 흩어져가는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묶어두어 선정에 이르도록 합니다. 세 번째는 <자애 명상(Loving-kindness in Plain English)>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명상입니다. 세상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자애 명상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필자는 ‘종교와 원불교’, ‘선과 인격수련’ 등의 수업에서 대학생들과 함께 두 손을 모으고 “당신이 건강하기를! 당신이 행복하기를! 당신이 사랑받기를”이라는 말로 수업을 마칩니다.

왼쪽부터 '위빠사나 명상', '자애 명상', '사마타 명상'
왼쪽부터 ‘위빠사나 명상’, ‘자애 명상’, ‘사마타 명상’

 

따뜻한 낱말, Plain과 Skillful

반테 G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불교를 쉬운(plain) 말로 전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제가 원불교를 배우며 마음에 새기고 있는 말씀 중에 ‘평이간명(平易簡明)’이 있습니다. 이는 대산 종사께서 교전의 뜻을 드러낼 때 두 번째로 언급하신 말씀입니다. 저는 대산 종사의 ‘평이간명’과 반테 G의 ‘plain’의 마음이 서로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반테 G에게 배운 또 다른 것이 있습니다. 그는 <부처의 길, 팔정도>에서 ‘skillful’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팔정도는 부처님이 제시하신 여덟 가지(八)의 바른(正) 길(道)로 불교 수행의 정수를 담고 있는데, 이때 ‘바른(正)’을 ‘skillful’이라는 용어로 표현한 것입니다. skillful은 ‘숙련된’, ‘기술이 좋은’, ‘솜씨 있는’ 등의 뜻을 갖습니다. 그리고 skillful에는 방편(skillful means)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skill이 부족한 사람이 노력을 통해 skill을 채워나가는(full) 것이 수행이라는 의미를 알게 되었고, 원불교의 집심, 관심, 무심, 능심의 마음공부(無時禪)가 서투른 사람(범부·중생)이 능숙한 사람(불보살)으로 성장시키는 공부임을 다시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바와나 소사이어티 도서관. 불교 및 명상 관련 서적들이 다수 비치되어 있고, 한국에 번역된 책들도 보인다.
바와나 소사이어티 도서관. 불교 및 명상 관련 서적들이 다수 비치되어 있고, 한국에 번역된 책들도 보인다.

 

스리랑카와 불교 경전

반테 G가 어린 시절을 보낸 스리랑카는 대표적인 불교 국가입니다. 5세기경에 쓰인 <마하왐사(Mahvasa)>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스리랑카를 방문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현재 우리가 접하는 빠알리어 경전들은 많은 부분 스리랑카에 전승되던 것이 기원이라고 봅니다. 이는 아쇼카왕 시대에 빠알리어 경전이 스리랑카에 싱할라어로 번역되어 보존되었고, 현재의 빠알리어 경전, 특히 주석서는 주로 싱할라어에서 다시 빠알리어로 번역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스리랑카는 불교에 대한 믿음이 깊고,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을 오랜 세월동안 온전히 지켜온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와나 소사이어티 법당. 새벽 명상부터 대부분의 수행과 공부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필자 역시 이곳에서 훈련을 했다.
바와나 소사이어티 법당. 새벽 명상부터 대부분의 수행과 공부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필자 역시 이곳에서 훈련을 했다.

 

바와나 소사이어티에서 경전 공부하기

반테 G가 스리랑카에서 불교 승려로 출가한 당시에는 마음챙김과 같은 명상이 대중적이지 않았습니다. 명상은 오히려 나이 든 승려가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그가 20살이 되고 비구계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염송 의식에 참여했습니다. 7일간 잠을 참으며 정성껏 염송 의식을 진행했는데, 정신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아무리 해도 치료가 되지 않다보니 구나라타나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나 한다는 인식이 커서 경전을 통해서 문자로 만났던 명상을 몸으로 해보게 됩니다. 이것이 기연이 되어 그는 정신적인 문제도 해결하고 명상을 세상에 전하는 세계적인 수행자, 반테 G가 된 것입니다.

그는 미국에서 공부를 더 했습니다. ‘바와나 소사이어티’라는 마음공부 공동체를 웨스트 버지니아 지역에 설립하고 지금껏 지켜오며 세상에 명상을 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바와나(Bhvan)’는 빠알리어로 수행이나 계발을 의미합니다.

필자는 올 여름 이곳의 ‘경전 공부 훈련(Sutta Reading Retreat)’에 참여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경전 공부를 좀 더 중점적으로 하는 동시에 명상을 합니다. 그리고 90세 중반의 구나라타나 스님이 직접 훈련을 지도합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이어가겠습니다.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11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