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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조 정전공부 : 일상의 마음 챙김, 유무념 공부
마음대조 정전공부 : 일상의 마음 챙김, 유무념 공부
마음인문학연구소2023-09-10

상시일기

글. 김일원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원불교에서는 마음공부를 하는데 있어 삼학 수행(수양력, 연구력, 취사력)의 기본을 닦아 갈 수 있도록 돕는 11과목을 밝히고 있다. 과목 각각이 결국은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주로 염불·좌선은 ‘정신수양’훈련 과목, 경전·강연·회화·의두·성리·정기일기는 ‘사리연구’훈련 과목, 상시일기·주의·조행은 ‘작업취사’훈련 과목이다.

이번 호에서는 이 가운데 ‘상시일기’에 대해 공부해 보려한다. 원불교에서는 정기일기가 있는가 하면 상시일기도 있다. ‘마음공부의 중요한 도구로 일기를 활용하고 있음’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일기와 관련한 최근의 흐름은 심리학 분야 및 마음치유 관련 프로그램들에서 감정일기, 감사일기, 강점일기 등 효과적 도구로서 일기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신의 외상적 경험이나 스트레스 유발 사건에 대한 생각·감정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것이 신체적, 심리적 건강의 측면을 넘어서서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들에 근거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소태산 대종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부터 일찍이 일기 기재의 중요성을 밝히고 강조하여 왔으니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원불교에서의 ‘정기일기’, ‘상시일기’는 단순히 치유적 측면에서의 일기 효과뿐 아니라, (정기일기를 통해) 자신의 지혜를 밝히고 (상시일기를 통해) 실천력을 증진시켜 혜복(慧福; wisdom and merit)을 장만하게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점검하는 범위와 방법에 있어서도 꽤나 구체적이다.

 

상시일기는 당일의 유무념 처리와 학습 상황과 계문에 범과 유무를 기재시킴이요,

‘상시일기’란, 말 그대로 일상에서 시시로 지키려 노력하여 그 노력한 결과들을 점검하고 기재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에 소태산 대종사는 평소 무엇을 노력하고 점검·기재하라 하셨을까? 바로 그날의 유무념 처리와 학습상황에 대해, 그리고 그날의 계문 범과 유무에 대해 기재하라 하셨다. 여기서 ‘학습상황’과 ‘계문’은 훗날 다루기로 하고, 본 지면에서는 ‘유무념’ 공부를 중심으로, 실제적인 공부 방법 몇 가지를 부연하려 한다.

먼저, 유무념 공부의 순서는 ①본인이 주의를 좀 기울였으면 하는 실행조목을 정하여 ②하루를 살아가면서 그 조목에 주의심을 가지고 몸과 마음을 챙기면서 ③주의심을 가지고 챙겼으면 유념으로, 그렇지 못했으면 무념으로 그 번수를 기재하는 것이다. 하루의 유념 횟수와 무념 횟수를 체크하는 데에는 유무념 어플을 이용할 수도 있고 늘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이나 종이 메모장을 활용할 수도 있다.

유무념 공부의 방법은 이렇듯 ①→②→③으로 상당히 간단해 보이지만, 이를 잘 실행하여 공부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첫째, 실행조목을 정할 때에 실천 가능한 것 그리고 그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정해야 공부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이렇게 하면 유념이고 이렇게 하면 무념이다’라는 것이 명확해야 점검이 어렵지 않으며, 본인한테 필요한 조항을 구체적으로 잡아서 진행해야 노력을 기울이는 정도나 실천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내가 실행하고자 하는 바가 명료하고 구체적인 유념 실행조목이 잘 정해지는가? 두루뭉술하게 혹은 뭘 정할까 생각하다가 아무거나 하나 정해 놓은 경험이 있지는 않는가? 그래서 둘째, ‘작업시간 수’ 체크나 ‘심신작용 처리건’ 기재 등과 같은 정기일기를 평상시 실행하고 있어야, 본인의 실행조목 정하기가 훨씬 쉬워지고 유념 실천에 더 공을 들일 수 있게 된다. 즉 정기일기 기재는 본인이 그날 하루 정신, 육신, 물질로 어떠한 업의 행위를 하고 살았는가 알아차리게 해주기 때문에, 현재 내가 무엇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유념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캐치하도록 도와,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실행조목을 정하게 해 줄 수 있다.

위의 사항들을 참조하여 실행조목을 잘 정하였다면 이제는 오늘의 유념은 몇 번이었는지, 무념은 몇 번이었는지 공을 들여 보는 일만 남았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마음가짐이 있다. 그래서 셋째, 유무념 공부가 아주 깊어지기 전까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 그 자체를 위주로 자신이나 상대를 격려하고 독려할 필요가 있다. 운동하는 사람이 반복 단련을 하여 진전을 이루어가듯이 우리도 실천하려 노력하고 그 노력한 것에 우선 초점을 맞추어야지, 수행에 있어 결과에만 초점을 두지 말아야 한다. 결과에만 주안점을 두게 되면, 자신이 못한다고 느낄수록 불만족스러워지면서 수행 자체를 등한시하고 아예 안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상대가 못한다고 느낄수록 마음이 냉랭해지면서 계속 그런 틀로 상대를 바라보는 업의 행위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사람은 그래서, 세상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게 된다. 일상에서 마음을 챙기고 내 자신의 심신에 주의를 기울이는 유념공부로 나의 정도를 늘 점검 확인하며, 때로는 나의 부족한 모습을 오늘도 직면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자기의 일을 해결해 나아가는 것도 이렇게 버거울 때가 있음을 여실히 통찰하는데, 누가 누구를 감히 비난할 수 있겠는가.

☞ 작업취사 훈련 과목 ‘상시일기’ 중 유무념 공부 실천 점검하기

※ 아마도 왼쪽, 오른쪽 둘의 경험을 많이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어느 쪽의 빈도가 더 높은지가 핵심입니다.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10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