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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번째 이야기: 존 다이도 루리의 선산사(1)
열다섯 번째 이야기: 존 다이도 루리의 선산사(1)
마음인문학연구소2023-03-01

선불교의 미국적 전승, 산수종

                       선산사 입구
                       선산사 입구

글. 조덕상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미국 뉴욕주 북쪽으로 캐츠킬(Catskill) 산맥이 뻗어 있고, 그 일부로 트렘퍼 산이 있습니다. 이 산에서 남쪽 기슭으로 내려오면 오늘의 탐방지인 선산사(Zen Mountain Monastery)와 만나게 됩니다.

 

1980년, 선(Zen)의 씨를     뿌리다

선산사는 존 다이도 루리(John Daido Loori)라는 인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는 젊은 시절 5년간 미 해군에서 복무했고, 어릴 적부터 사진 찍기를 좋아해 사진작가로도 활동했습니다. 1980년에 선산사 부지를 마련한 후에는 일본 조동종의 개조인 도겐 선사(1200~1253)의 <산수경(山水經)>에서 이름을 따와 ‘산수종(Mountains and Rivers Order)’이라는 공동체를 열었습니다. 선산사의 중심 건물은 1930년대 지어졌는데, 당시 미국 최초 시각 장애인을 위한 캠프로 활용되었습니다. 예수님과 십자가가 벽에 모셔진 이 건물은 예스럽고 역사가 깃들어 있기에 1994년 국립 사적지로 지정되었고 현재까지 산수종의 본부로 선불교 수행도량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선산사의 중심 건물로 벽에 십자가가 보인다.
       선산사의 중심 건물로 벽에 십자가가 보인다.

일본 선불교를 잇는 산수종

선불교에는 조동종과 임제종의 두 흐름이 있습니다. <선심초심>으로 잘 알려진 스즈키 선사는 조동종 전통에 속합니다. 틱낫한 스님은 베트남 임제종 선사이고, 한국의 조계종도 임제종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산수종은 어느 쪽 전통일까요? 선산사의 벽 한 켠에 ‘지관타좌(只管打坐)’가 보입니다. 이걸 보면 분명 조동종입니다. ‘다만 앉아 있을 뿐’을 뜻하는 지관타좌는 조동종 묵조선(黙照禪)의 정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십우도(十牛圖)’를 보면 조동종이 아닙니다. 십우도는 보통 보명 선사와 곽암 선사의 것으로 나뉘는데 선산사의 십우도는 임제종 계열인 곽암 선사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산수종은 선불교의 두 흐름을 모두 계승한 걸까요? 실제 그렇습니다. 루리 선사의 스승인 마에즈미 타이잔(1331~1995) 스님은 조동종의 선사지만 임제종의 인가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루리 선사는 스승 밑에서 두 흐름의 선법을 모두 전수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안내판 왼쪽으로 ‘평화 그리기(Painting Peace)’ 프로그램이 보인다.
                     안내판 왼쪽으로 ‘평화 그리기(Painting Peace)’ 프로그램이 보인다.

산수종의 여덟 가지 선 수행

실제 선 수행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산수종에는 다양한 수행이 있고, 이는 선사가 쓴 <선의 여덟 가지 관문>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좌선(Zazen), 선 스터디(Zen Study), 아카데믹 스터디(Academic Study), 의례(Liturgy), 정행(Right Action), 미술 수행(Art Practice), 몸 수행(Body Practice), 일 수행(Work Practice). 이렇게 여덟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좌선입니다. 지관타좌만 봐도 좌선이 중시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뒤를 이어 두 종류의 스터디가 보입니다. 하나는 선 스터디로 스승과 함께 하는 공부이고, 다른 하나는 아카데믹 스터디로 불교학에 해당합니다. 권장하는 경전과 도서만 해도 백 권이 넘고 이를 총 아홉 과정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과정마다 경전, 공안집, 선사들의 기록, 철학, 역사 등의 주제로 나누어 놓았는데 이를 보면 불교학 교육과정입니다.

또 다른 특징으로 미술 수행과 몸 수행을 꼽고 싶습니다. 선불교 특유의 아름다움을 미술 수행이라는 과정을 통해 진행합니다. 선산사가 설립될 때 처음에는 ‘선 아트 센터(Zen Arts Center)’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선불교의 문화를 계승하면서 산수종 특유의 미학(美學)이 수행으로 반영된 겁니다. 그래서 사진, 선시, 서예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몸 수행으로 요가, 기공, 태극권, 아이키도, 활쏘기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신체활동을 수행의 한 방법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승가 하우스(Sangha House)에는 공연장, 상점, 미술 스튜디오, 도서관, 샤워실, 세탁실 등을 갖추고 있다.
         승가 하우스(Sangha House)에는 공연장, 상점, 미술 스튜디오, 도서관, 샤워실, 세탁실 등을 갖추고 있다.
                      승가 하우스의 내부
                      승가 하우스의 내부

선산사는 28만평(230에어커)으로 부지가 넓습니다. 숲이 포함되어 있고 중심 건물 외에도 승가하우스, 다도를 위한 찻집, 선원장의 허가로 머물 수 있는 암자, 채소를 기르는 텃밭, 젠 가든, 바쇼 연못, 행정동, 장기훈련 숙소동, 최근 지어진 숙소동인 지조 하우스, 납골 공간까지 여러 건물과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을 미국 선불교 산수종의 본산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벌써 지면이 찼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선산사의 수행을 함께 체험해 보는 여정으로 이어가겠습니다.

http://www.m-wonkwang.org/news/articleView.html?idxno=10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