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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기고] 심신의 통합작용과 ‘몸틀’의 변화
[전라매일신문-기고] 심신의 통합작용과 ‘몸틀’의 변화
마음인문학연구소2015-04-19

심신의 통합작용과 ‘몸틀’의 변화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정혜정 교수

 

2015년 04월 19일(일) 19:59 [(주)전라매일신문]

 

 

 

 

 

↑↑ 정혜정 교수.

 

ⓒ (주)전라매일신문

 

인도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는 인간 삶의 건강과 병은 몸ㆍ마음ㆍ영혼(body-mind-spirit) 삼자가 상호작용한 결과임을 말하고 ‘몸과 마음, 영혼은 분리될 수 없음’과 그 ‘균형’을 강조한다. 아유르베다의 원리는 마음이 신체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있고, 우리가 질병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인식에 접촉하여 그 인식을 균형 잡은 다음 그 균형을 몸에 확대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 균형을 이루는 능력을 아유르베다에서는 ‘Divine Healer’라고 부른다. 우리 자신과 모든 존재 안에는 신성한 치유자의 원형이 내재해 있다.

 

 

 

 

우리가 먹고 말하고 생각하고 일하고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은 우리 몸의 전반적 균형 상태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아유르베다에서는 이 상호연관성이 몸과 마음 사이를 연결하고 있는 곳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하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생각이 물질로 변한다.

 

 

 

 

“마음은 자연의 일부인 유기적인 실재이므로 자신을 구축하기 위해 인상과 같은 내용을 받아들이고 부정적인 감정처럼 독소가 될 수 있는 노폐물을 방출하는 영양 순환을 가지고 있다.”

 

 

 

 

동의보감이 우주의 근본요소를 정기신(精氣神)에 두듯이 아유르베다 역시 우주의 세 가지 근원적 힘을 물질[精], 에너지[氣], 빛[神]에 둔다. 베다의 관점에서 보면 그것들은 의식 자체의 힘들이다. 에너지는 모든 힘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생명력의 근원이고, 빛은 마음의 근원이며, 물질인 몸을 통해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 안에서 형태와 실체를 갖는다.

 

 

 

 

인간 마음의 고양과 몸의 정기신의 순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몸의 건강과 마음의 고양은 정기신이 충만하고 의식이 맑아질 때 가능하고, 마음의 변형은 몸의 순환과 수련을 수반하며 몸의 치유는 마음의 변형을 수반한다. 정기신의 수련과 명상의 치유로 몸의 우주 순환이 막힘이 없고 잡념과 허욕이 없으며, 마음이 안정되어 허심합도로 돌아가면 몸의 치유와 영성의 회복이 가능하다.

 

 

 

 

이는 곧 마음의 영성과 몸의 신통(神通)이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로 결합되어 있음을 말하고, 영성은 몸에서 완성되며 몸은 마음의 변형이 이루어지는 장임을 주장함이다. 심신통합의 이해는 ‘몸의 우주적 순환의 자각’, ‘몸의 순환을 수반한 정신 고양’, ‘환경, 생명의 다양성 존중’으로 마음의 변형을 가져다준다.

아유르베다와 동의보감에서 심신통합의 작용을 통찰할 수 있다면 M. 메를로 퐁티에게서는 ‘몸틀의 전위(轉位)’를 통한 마음의 변형을 시사 받을 수 있다.

 

 

 

 

메를로 퐁티는 “몸이 대상을 지각한다는 것은 의식 구조의 변화이고 경험의 새로운 차원의 확립이며 선천적인 것의 전개”라고 했다. 대상을 인식하는 주체는 이성이 아닌 몸이고 몸의 지각 경험은 상호주체적인 것으로서 이를 통해 인간 각자는 스스로 지각적 구조를 형성해 간다.

몸이 많은 자극들을 받아들이고 그것들에 대해 반응을 할 때, 몸의 각 부분들은 아무렇게나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일관되고 통일된 방식으로 점차 움직인다.

 

이러한 몸 자체가 형성해가는 고유한 특성을 퐁티는 ‘몸의 도식(틀)’이라 명명했다.

예컨대 “만약 내가 어떤 예술작품을 감상했다면 그 그림은 영원히 내 안에 자리 잡혀 있고 나는 되돌아갈 수 없는 한 걸음을 옮긴 것과 같을 것이다. 내가 비록 그 예술작품에 대한 명확한 어떤 기억도 간직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이후의 나의 모든 미적 경험은 그 그림을 본 어떤 사람의 그것이기 때문이다.”

몸틀은 우리의 과거, 환경, 문화, 사회체제, 도덕적·이데올로기적 상황을 기투하고 모든 인식 대상을 그러한 관계 속에 위치 짓는다.

 

 

 

 

삶이 진행되고 지각경험이 쌓이고 습관이 획득됨에 따라 몸틀은 수정 변형되면서 일정한 구조에 편입된다.

그리고 이 몸틀을 통해서 인간 각자는 사물을 분별하는 출발점으로 삼는다. 인간의 대상 인식은 몸틀의 지향적 구조들과의 관련 없이는 이해되지 않는다. 미리 주어진 몸의 지각에 의해서 인간 마음의 주의가 이루어지고 판단 역시 몸틀 속에서 이미 이루어진다.

 

 

 

 

마음의 변형은 몸틀의 전환과 함께 한다. 몸틀의 전환은 세계의 숨겨진 존재 의미를 드러내주는 계기로서 이는 합리적인 사고가 아닌 예술적인 방법을 필요로 한다. 이는 몸과 살의 원초적 세계로의 회귀이자 주객 분화 이전의 차원으로서 인간적 가면을 벗어던지는 것으로 이해되고, 보다 엄밀히 말하면 인간과 세계를 감싸고 있는 문화적인 의미의 층을 벗기는 것이며 일상적인 습관을 깨뜨리는 것이다.

 

 

 

 

몸틀의 전위는 자기 세계의 토대로 여겨진 의식의 통일성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로부터 거리를 유지하고, 은폐된 세계의 현현을 위해 자신을 세계와 결합시켜 놓은 지향적 연결고리를 느슨하게 풀어 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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