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라매일신문-기고] 프리드리히 니체 ‘도덕의 계보’
[전라매일신문-기고] 프리드리히 니체 ‘도덕의 계보’
마음인문학연구소2015-02-16

프리드리히 니체 ‘도덕의 계보’

 

2015년 02월 15일(일) 20:18 [(주)전라매일신문]

 

 

 

 

ⓒ (주)전라매일신문

 

프리드리히 니체가 1887년에 저술한 『도덕의 계보』는 유럽의 철학과 사회가 삶에 반하는 유약한 도덕에 의해 각인되어 있음을 서술한 책이다.

도덕의 환상을 깨려는 니체의 전략은 주어진 것으로 당연시 되어온 가치들의 가치를 묻는 것이다.

 

 

이를 위해 던져져야할 질문들이 바로 계보학적, 발생학적 질문들이다.

이 질문들을 통해 그가 밝히려는 것은 도덕적 가치들이 성장하고 발전하고 변화해온 조건과 상황에 대한 지식이다.

이 계보학적 질문의 기저에는 이렇게 생성된 도덕적 가치들이 삶의 퇴락의 징후인지, 충만함과 긍정의 징후인지, 그리고 이 가치들이 인간 속에 잠재한 가능성들을 촉진시켜 가장 강력하고 탁월한 유형의 인간을 달성시킬 수 있는지, 아니면 인간을 축소시켜 왜소하고 유약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물음이 깔려있다.

 

 

이러한 시선의 변화, 즉 ‘새로운 물음과 새로운 눈을 가지고 오래된, 판독하기 어려운 인간도덕의 과거사라는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것이 니체가 말하는 도덕과 가치의 자연 발생사에 대한 탐구이다.

『도덕의 계보』는 세 편의 논문으로 구성돼 있고 각각 <‘선과 악’, ‘좋음과 나쁨’>; <‘죄’, ‘양심의 가책’ 그리고 그와 유사한 것들>; <금욕주의적 이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라는 제목이 달려있다.

 

 

니체는 이 세 편의 연관된 논문을 각각 기독교의 심리학, 양심의 심리학, 성직자의 심리학이라 칭하고 있다.

지면관계상 그 첫 번째 논문인 <’선과 악’, ‘좋음과 나쁨’>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기로 한다.

제 1논문은 가장 일상화된 가치구분인, 세상을 ‘선과 악’으로 구분하는 도덕이 ‘좋음과 나쁨의 도덕’을 대체하게 된 경위를 다룬다.

 

 

‘선과 악’, ‘좋음과 나쁨’이라는 두 개념 쌍은 각각 노예도덕과 주인도덕의 가치판단 기준으로 설정돼 있다.

자신과 자신의 행위에 대한 긍정에서 나온 ‘좋다는 감정’과 ‘나쁘다는 감정’의 구분은 자신을 가치 창조자로 여기는 귀족적 문화의 특징으로 표현된다.

 

 

반면에 니체는 기독교적 도덕의 기원을 강자와 주인에 대한 약한 자들의 원한감정에서 찾고 있다. 이들을 통해 고상한 도덕에 대해 가치 전도가 일어나 ‘비참하고, 가난한 자, 무력한 자, 비천한 자만이 착한 자이며, 고통 받고 궁핍한 자, 병든 자, 추한 자가 유일하게 경건하고 신에 귀의한 자이며, 축복받는 자’로 해석되게 됐다는 것이다.

반면에 고귀하고 강한 자들은 ‘영원히 사악한 자, 잔인한 자, 음란한 자, 탐욕스러운 자, 무신론자, 저주 받을 자, 망할 자’가 된다.

 

 

도덕에 있어서의 노예의 반란이 성공한 것이다.

니체 평생의 테마 중 하나는 노예 도덕의 승리로 인한 ‘인간의 왜소화와 평준화’를 내용으로 하는 현대 유럽의 병이다.

생명력 넘치는 자기긍정과 위대함을 향한 도약, 파괴적인 두려운 힘을 가졌으나 그 힘 자체가 새로운 지평을 열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고귀한 종족은 다 제거되고, 길들여진 평균적 인간만이 남아 인류는 퇴락과 병약화의 길을 걷고 있다.

주인의 도덕, 강자의 도덕은 그 인간의 위대성 때문에 인간에 대한 믿음이 지속될 수 있는, 선악을 넘어선 완성된 인간의 가능성을 나타낸다. 니체는 인간의 왜소화와 평준화를 통해 나타나는 현대의 허무주의를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공포와 더불어 우리는 또한 인간에 대한 사랑과 경외심, 인간에 대한 희망, 아니 인간에 대한 의지도 잃어버렸다. 이제 인간의 모습은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이것이 허무주의가 아니라면, 오늘날 무엇이 허무주의란 말인가?… 우리는 인간에게 지쳐있다.”

 

 

니체는 노예도덕의 승리로 마감된 세계사를 조망하며 글을 맺고 있다. 하지만 이걸로 정녕 모든 싸움은 끝난 것인가?

니체의 희망과 기다림을 공유하며, 가치의 창조자인 강자와 주인 도덕의 재등장을 원하는 이들은 그의 후속 논문들을 읽어야 할 것이다.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http://www.e-jlmaeil.com/default/all_news.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