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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정신 차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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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5-10-25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인문학 칼럼-정신 차려!
2015년 10월 25일(일) 19:33 [(주)전라매일신문]
‘정신 차려!’라는 말은 일상에서 흔하게 사용합니다. ‘정신을 차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며칠 전 부모에게 불만이 많은 학생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자신의 부모는 노후를 위해서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라서 거래관계와 마찬가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이 부모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할 때 이상적인 부모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무조건 헌신해야 한다는 것!’, ‘부모는 가지고 있는 모든 것, 그것이 사랑이든 물질이든 다 자식에게 아낌없이 줘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학생이 자신이 만든 이상적인 부모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모님의 실제 모습, 부모님의 실제 마음을 그대로 볼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장난처럼 ‘나중에 다 갚아야 한다’는 부모의 말에도 민감했던 겁니다. ‘정신 차리라’는 말은 바로 고정관념·선입견을 알아차리라는 말입니다. ‘부모는 헌신적이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나는 순진한 사람이다’, ‘나는 터프한 사람이다’, ‘윗사람은 관용적이어야 한다’, ‘아랫사람은 순종해야 한다’, ‘사랑은 이래야 한다’ 등 고정관념과 선입견이 내면에서 소리를 높일수록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됩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하는 틀을 알아차리면 자신이 상황 따라 순진하든 터프하든 신비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이건 내 모습이 아닌데……’하며 불안해하지도 않고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연극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사랑은 따뜻하고 밝은 것’이라는 틀을 알아차리면 사랑하니까 질투하고, 사랑하니까 서운하고, 사랑하니까 가슴 아프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질투심이 나고 서운하고 가슴 아플 때 사랑이 아니라고 포기해 버리지 않습니다. 사랑의 빛과 그림자를 다 껴안을 수 있는 큰 사랑의 주인공이 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기대와 틀을 알아차리면 그 틀 때문에 보지 못했던 상대방의 마음이 보입니다. 미워하던 그 사람에게도 존재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이해해야지’하며 애쓰지 않아도 그 사람의 마음과 처해있는 상황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일할 때마다 사람을 만할 때마다 내 안에 있는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알아차리면 정신을 차리면 그 일을 온전히 해낼 수 있고 그 사람을 온전히 만날 수 있습니다.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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