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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신발을 사려고 하면 갑자기 다른 사람이 신발만 보이듯
[전라매일신문-칼럼] 신발을 사려고 하면 갑자기 다른 사람이 신발만 보이듯
마음인문학연구소2015-04-19

마음인문학 칼럼-신발을 사려고 하면 갑자기 다른 사람의 신발만 보이듯

 

 

2015년 04월 19일(일) 20:05 [(주)전라매일신문]

 

 

 

 

우리가 신발을 사려고 하면 갑자기 다른 사람의 신발만 보입니다.

어떤 신발이 예쁘고 편한지 자세히 살펴보게 됩니다. 형제나 자녀가 군대에 가면 군인을 관심 있게 바라보게 되고, 가깝게 느낍니다.

 

 

 

 

차를 사려고 계획하면 길거리에 지나가는 차를 살피느라 바쁩니다.

어떤 차가 디자인이 멋지고 성능이 좋은지 살피게 됩니다. 그리고 평소에 자신의 마음을 보고 사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도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마음을 보게 됩니다.

 

 

 

 

‘저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기에 저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가’하고 행동의 이면에 있는 마음을 헤아리게 됩니다. 예전에 저는 역사 드라마를 보지 않았습니다. 음모와 배신이 주된 이야기였기 때문에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등장인물의 표독스러움과 몰인정한 행동이 거슬렸던 것입니다.

 

 

 

 

그러다 제가 마음을 보는데 익숙해지고 재미를 느끼면서 역사 드라마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등장인물의 행동을 통해 오히려 ‘그럴 수밖에 없는 그들의 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역사 속의 그 인물을 연민의 눈길로 바라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제가 제 마음을 바라본 후부터는 다른 사람을 무작정 비난할 수 없었습니다.

 

 

 

 

마음을 바라보기 전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얌체처럼 행동하거나 말과 행동이 다르거나 냉정한 태도를 보이면 비난하는 마음이 불쑥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을 본 다음부터는 그 사람의 마음이 보이고, 그 또한 옳고 그름을 떠나 애틋하게 느껴졌습니다.

행동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것을 제 마음을 보면서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행동의 이면에 숨어있는 마음을 보게 되면 비난의 욕구를 잊게 됩니다.

상대방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다는 것을 알기 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돈을 타기 위해서 문제집을 산다고 거짓말을 했던 경험이 있으면 자신의 아이가 똑같은 행동을 했을 때 꾸지람을 해서 행동을 고쳐주기는 하지만 심성이 못됐다고 판단하고 낙인찍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나의 묘한 마음에 관심을 가지면 다른 사람의 행동보다는 묘한 그 마음이 보입니다.

그 자체로 묘한 경험입니다. 비난하는 마음이 불쑥 올라오면 무작정 비난하기보다는 내 묘한 마음을 바라보듯이 그 사람의 묘한 마음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세상 사람들의 모든 행동은 숨어있는 마음의 표현이니까요.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오덕진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