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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마음이 만나는 세상
[전라매일신문-칼럼] 마음이 만나는 세상
마음인문학연구소2014-12-07

마음인문학 칼럼 – 마음이 만나는 세상

 

2014년 12월 07일(일) 21:29 [(주)전라매일신문]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한지 두 달이 지나간다. 후유증이 안 남도록 하려면 바깥출입을 자제하라는 주치의의 지시를 따르느라 병실 안에서 창밖으로 곱게 물든 단풍을 보다가 얼마지 않아 맥없이 땅으로 떨어지는 이파리를 바라보았나 싶더니 지난주엔 올 첫눈까지 맞게 되었다.

아마 이 안에서 세모(歲暮)까지 보내야 할 것 같다.

 

 

 

 

 

바뀐 환경에서 일상처럼 이어지는 만남을 되뇌어 본다. 새벽에 선(禪)을 하며 본래 나를 만나고, 병실로 식사를 가져다주는 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의료진, 문병 오는 지인들. TV, 라디오, SNS, 전화, 병실의 환자들과의 만남이 반복된다.

 

 

 

 

 

제일 좋은 소일거리인 책을 읽으면 좋겠지만 병증으로 인해 글씨가 겹쳐 보여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수술하느라 1, 2주일 입원해보긴 했지만 예기치 않게 긴 나날을 지내는 중 지리한 마음이 일어나다가 문득 경제학자인 신영복 선생께서 동양고전독법을 밝히신 책 ‘강의’ 서론에 적은 글이 생각났다.

 

 

“내가 본격적으로 동양고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무래도 감옥에 들어간 이후입니다. 감옥에서는, 특히 독방에 앉아서는 모든 문제를 근본적인 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감옥의 독방이 그런 공간입니다. 우선 나 자신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타의로 구속당하는 이의 마음과 스스로 감옥에 들어선 자의 마음은 다르다.

몸을 가두어도 마음까지는 가두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마음의 자유를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산문(山門)을 걸어 잠그고 진리를 각득(覺得))하기 전에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결연히 정진하는 산승들이 마음으로 만나는 세상은 어떠할까?

선(禪)이란 스스로 감옥의 독방 공간을 만들어 한 생각이 일어나기 전의 근본적인 지점을 체득하고자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 수행자들은 스스로 독방에 가두고 그 기간을 유지한다.

이 병실에서 있는 동안 내 마음이 진정 만나야 할 세상은 어떤 세상이어야 할까?

입원하던 날, 주치의가 내게 당부한 말에서 그 답을 찾는다.

“살다가 이런 병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하셨죠? 이번 기회에 지난 삶을 돌아보고 참회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건강도 회복하고 이제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잘 안 웃고 사셨으면 웃고 살고, 앞만 보고 살아오셨으면 여유있게 살아가는 모습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생각을 거두고 돌아보니 구구절절 옳다. 열린 마음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내 마음으로 인해 가까운 사람과 막힌 세상이 있고, 앞만 보느라 옆과 막힌 세상이 있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내 마음이 만난 세상 중 해원해야할 세상이 아직 남아 있다.

 

/나상호 교무

(영광국제마음훈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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