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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관계, 멀고 가깝고 친하고 어색한
[전라매일신문-칼럼] 관계, 멀고 가깝고 친하고 어색한
마음인문학연구소2014-09-14

관계, 멀고 가깝고 친하고 어색한

 

오덕진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강사)

 

2014년 09월 14일(일) 20:44 [(주)전라매일신문]

 

 

 

 

 

우리는 사람들 속에서 태어나서 사람들 속에서 살다가 사람들 속에서 죽습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한 두 사람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도움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남은 괴로움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 당황스럽지만 이럴 땐 생각이 아닌 사실을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가 어딘가에 서 있으면 나와 사물 사이에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깁니다.

어떤 것은 나와 가깝고, 어떤 것은 나와 멉니다. 내가 발을 옮기면 가까웠던 것은 멀어지고 멀었던 것은 가까워집니다.

 

관계도 이와 같습니다. 어떤 사람과는 가깝고 친하고, 어떤 사람과는 멀고 어색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내가 걸으면 먼 것이 가까워지기도 하고 가까웠던 것이 멀어지기도 하는 것처럼 사람과의 거리도 그렇습니다. 지내다보면 가까웠던 사람이 멀어지기도 하고, 멀었던 사람이 어느 순간 가까워지기도 합니다.

 

이와 같이 멀고 가깝고 친하고 어색한 관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그대로 마음을 공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친해지려고 해도 가까이하기에 어려운 인연이 있는가 하면

왠지 좋은 인연들이 있습니다.

 

부부와 애인 사이에도 멀 때, 가까울 때, 친할 때, 어색할 때가 있기 마련입니다.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나쁜 것이고, 가까이 지내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거리감을 느끼는 것 자체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한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처음에는 거리감을 느꼈다가 친해지기도 하고 날씨가 흐렸다 맑았다하듯이 처음에는 친했다가 멀어지기도 하고 멀었다가 친해지기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진리입니다.

어두움이 있으면 밝음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대로 마음을 공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는 멀다 가깝다 친하다 어색하다는 생각이 없건마는 묘하게 멀다, 가깝다, 친하다, 어색하다는 생각이 있어집니다.

 

섭섭하면 섭섭한 대로 만나면 됩니다. 좋으면 좋은 대로 만나면 됩니다. 억지로 섭섭하지 않아야 된다고 하면 섭섭하게 만든 그 사람을 원망하면서 더 멀어집니다.

멀다 가깝다 친하다 어색하다에 끌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자연스럽게 조율이 되고, 관계가 썰렁해도 썰렁한 가운데 화합이 됩니다.

 

관계가 멀 때는 멀어진 공부, 가까울 때는 가까워진 공부, 친할 때는 친한 공부, 어색할 때는 어색한 공부를 하면 됩니다. ‘우린 먼 사이야’ 마침표를 찍지 않고 그 순간 그 느낌을 바라보며 느낌표와 물음표로 관계를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관계의 변화를 맛보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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