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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신문-칼럼] 이해는 하나가 되는 원리에서 꽃 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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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4-05-26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이해는 하나가 되는 원리에서 꽃 핀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조카 아이가 아버지 담배를 꺼내서 입에 물고 다닌다. 나는 깜짝 놀라 조카에게 다가갔다. “이건 아빠 꺼, 아빠 꺼예요. 아가는 이런거 먹는거 아니예요.” 그 이후 우리 조카는 담배를 입에 물지 않았다.
우리는 어린시절 가정안에서 옳은 일과 그른 일, 정의와 불의에 대한 가치와 개념을 배우면서 자란다. 나는 어릴적 ‘친구는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저런 애들이랑 놀면 안돼’,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마라’, ‘향을 싼 주머니는 향냄새가 나고 썩은 생선 엮은 새끼줄에서는 썩은 생선 냄새가 난다’라는 옛말에 비추어 착한 애 나쁜 애, 좋은 향 나쁜 향, 나와 너를 분리시키는 환경속에서 자랐다.
내가 근무하는 곳에서는 1388 청소년의 전화를 통해 청소년들의 고민을 상담해 주고 그들의 진로탐색을 도와주는 등 통합적 상담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서비스와 함께 위기청소년을 위한 일시보호시설도 함께 운영한다. 가출청소년들이 배고프고 지친상태에 우리 센터를 찾는다.
며칠을 굶었는지 밥통 하나를 혼자서 다 먹고 늦은 점심까지 푹 잠을 잔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들이 깨끗하게 씻고나면 일반가정의 아이들같이 반짝반짝 빛나고 예쁘다.
일시 보호소를 찾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해체된 가정안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저는요, 2학년때부터 담배를 피웠거든요. 형아가 자꾸 입에 물려줘서 그때부터 피웠어요”
아이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듣다보면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고, 개념과 가치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결정적 시기를 놓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너는 왜 집을 나왔니?”라고 질문을 하니 “다, 사연이 있어요”라고 대답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나와 그 아이는 더 이상 물을 것도 답할 것도 없이 빙그레 웃기만 할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토닥토닥 격려 해 주는 일 밖에 없었다.
물은 맑은 물과 탁한 물을 가리지 않고 둘 다 받아들인다. 청과 탁을 모두 수용하여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바다로 향한다. 바다로 흘러가는 동안 맑은 물과 탁한 물은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 그렇게 하나가 되어 바다로 향한다.
나는 요즘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 분리하여 구분하는 분별의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저런 사람은 좋은 사람, 저런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구분지었던 진한선을 지우개로 지우는 연습도 한다.
우리는 모두 온전한 존재였다. 성장하면서 거름과 물과 햇살을 받으며 몸과 마음을 작용하여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몸과 마음을 사용하며 성장하고 있다.
나와 너라고 분리하기 전에 우리는 원래 하나였다. ‘옳은 일 그른 일, 이렇게 살아야해’ 라는 나의 생각을 내려놓고 상담을 한다. 둘이 되어 상담을 하다보면 아이들을 판단하고 평가하려는 나의 인식작용이 바쁘게 움직임을 본다. 그 마음을 내려놓고 내담자의 삶의 일부가 되어본다. 그리고 그 아이의 인생이 되어본다. 그렇게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느새 나와 아이들은 하나가 되어가고 있음을 발견하다.
진정한 이해는 청탁을 분리시키지 않는 물과 같이 전체속으로 녹아들어 하나가 되는 원리에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꽃이 핀다.
모인조 / 전북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