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원불교신문] 마음공부의 장, 마음에서 환경까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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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8-11-23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공부의 장, 마음에서 환경까지
[원불교신문=정성헌 기자]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는 사회 자체를 바꿔놓았다. 사람들은 매일 아침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며 외출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 판단해야 하고, 점차 강력해지는 정부 환경 정책은 기업은 물론 개인에게도 규제의 범위가 넓어져 자유적 선택이나 생활양식까지 변화될 것을 요구받는다. 이처럼 환경문제는 건강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모두가 공감하기에 그 변화에 순응하려 한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이 우리의 생명뿐만 아니라 미묘한 마음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가 8일~9일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마음공부의 장: 마음에서 환경까지’에서 이 문제를 심도있게 짚었다.
마음인문학연구소 고시용(법명 원국) 소장은 개회사에서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이 마음이 우리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함께 진화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오늘날 인류 앞에 놓인 마음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변화하는 기술환경, 사회환경, 생태환경과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면서 늘 새롭게 재구성되기 때문에 마음을 둘러싼 치유와 도야의 환경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취지에서 실제 현대인의 마음에 영향을 주는 심리적·물질적 삶의 조건, 마음공부와 행복을 위한 치유적 환경, 나아가 현대사회에서 마음공부의 향방 등에 대해 논의하고 이번 학술대회를 기획했다”고 의미를 밝혔다.
마음챙김의 장소들 마음인문학연구소 교수진을 비롯해 영국, 중국, 일본, 태국 등지에서 다년간 환경이 우리 심신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온 외국 석학들이 발표한 국제학술대회는 다양하고 유의미한 연구사례를 공유했다.
영국 노팅햄대학교 니콜 포터 교수는 “우리는 우리 건물을 만들고 이 건물들은 우리를 만들어간다”는 윈스턴 처칠 수상의 말을 인용하며 ‘마음챙김의 장소들 : 치유환경의 심리학과 디자인’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우리의 마음과 우리의 감각기관은 수천년 간의 세대의 진화에 기반한 환경적 자극에 반응하도록 적응해왔으며, 이러한 진화는 대부분 도시가 아니라 자연에서 이뤄져왔다”며 자연과의 연계의 상실, 타인과의 연계의 상실, 시간과의 연계의 상실 등 현대 공간의 세 가지 부정적 효과를 설명했다. 즉 이러한 점들은 시간이 갈수록 스트레스 유발, 우울증과 치매 발병률을 높이고, 인간관계의 사회적 고립감과 고독을 상승시키며, 시간에 대한 경험의 궁핍감을 초래해 심신간 치유와 회복을 악화시켰다.
그는 “마음챙김을 통해 길러질 수 있는 행복은 치유의 공간에 의해 제공된 행복으로 보완될 수 있다”고 밝히며 발전이 거듭된 도시일수록 현대인에게 마음병을 지속적으로 일으킬 수 있음을 경고했다.
자연 속의 전인교육 태국 룽아룬스쿨을 총괄 운영하는 수와나 치바프룩 디렉터(director)는 자연환경이 아이들 교육에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고 1996년부터 자연 속에서 전인교육(全人敎育)에 힘써왔다. 그는 비영리단체 룽아룬스쿨의 설립 배경과 운영에 대해 소개하면서 “쾌적한 곳은 거주자들이 배움의 마음을 열도록 하고, 서로 도와가도록 개방한다”며 자연 속에서 마음개발을 위한 기도와 마음챙김, 학습 공동체의 문화, 자기주도적 학습, 다중적 읽고 쓰기 능력개발, 정보통신기술 역량, 기업가 정신과 세계시민으로써 성숙해 가는 삶 등 전인교육 현장 사례를 보고했다.
그는 “교실은 외부의 자연 환경과 내부 공간이 연결되게 설계했으며, 눈을 쉬고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아름다운 나무 그늘 아래서 아이들이 평화로움과 함께 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은 불교 행사나 축제, 또는 다른 중요한 이벤트를 포함하는 다양한 배움의 활동에 참여하고 협력하도록 교사, 학생, 지역 사람들을 하나로 이끈다”고 말했다.
마음의 성장과 진화 인간관계 등에서 오는 사회적 환경이 우리 마음병을 어떻게 유발하고 치유하는지 다년간 심리치료연구에 전념해온 일본 M&L심리치료연구소 유수양 대표의 발표도 주목받았다. 그는 “흔히들 인간의 심리적 성숙은 자신의 내적 성장을 위한 공부와 수행이라는 방법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신과 임상에서 내적 고통, 즉 정신질환을 계기로 그것을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일어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며 “최근 일본에서는 정신질환이 아니어도 자신의 내적 성장을 위해 정신과에 내원하여 정신요법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이 사회에서 내적 심리적 성장의 체험을 할 수 있던 장소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각박한 사회 관계 속에서 유발된 정신질환이 내적 성장을 돕는다는 희망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역으로 클리닉센터가 아니면 더 이상 내적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장소가 없는 암울한 사회 환경을 지적한 말이다. 그는 ‘사회화된 마음’이란 개념을 소개하며 “이미 오래전부터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가들은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이나 외부세계에 대해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가가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반영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이러한 사회화된 마음은 그 사람의 인생 초기에 경험한 제1 양육자의 양육 태도와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렇게 형성된 우리 마음은 인생 전반을 걸쳐 영향을 끼치며, 자율신경계에도 발달 혹은 퇴화시키는 요인임을 밝혔다. 마음과 환경의 상호작용 마음인문학연구소 장진영 교수는 ‘마음과 환경,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가’란 주제로 환경이 마음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이 능동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주는 부분을 짚었다. 그는 “오늘날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은 모두 내적 욕구의 확장에 의해 사회적으로 구현된 것이다”며 “우리 마음은 환경을 통해 늘 자극이 주어지면 또한 환경을 자신의 욕구를 향유하는 과정에서 감각 내면화하는 상호작용에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작동되는 분별에 대해 “분별은 개념화 과정을 통해 언어적으로 구성된 심리적 표상이므로 단순한 범주화의 과정과 달리 언어적인 개념화 과정이 훨씬 더 그 ‘경계’가 선명하게 하는데, 언어와 명상 등에 의해 분별이 단순히 분별을 넘어 차별로 나가게 되며, 이는 자신에 대한 잘못된 견해로부터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학습을 통해 ‘분별성’으로 고착됨으로써 고정관념과 사회적 편견으로 물들게 된다”며 “그러므로 내면에 ‘분별성’을 내려놓는 작업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중국 청화대학교 왕쯔닝 박사의 ‘사랑, 순결 그리고 겸손: 영원철학의 영성관’,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강형원 교수의 ‘핵심감정과 임상증상’,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정민 교수의 ‘AI-IA 환경에서의 XR(확장현실)을 활용한 마음공부’, 마음인문학연구소 박성호 교수의 ‘영·기·질: 마음공부의 관계의 장’, 조성훈 교수의 ‘명상적 걷기와 환경의 치유: 땅과의 만남’, 손시은 교수의 ‘포토텔링을 활용한 마음치유’가 발표됐다.
마음인문학연구소는 2010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umanities Korea)지원사업에 선정된 이후, 인문학적 토대를 바탕으로 마음공부의 이론적 배경과 체계를 정립하고 다양한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개발·적용함으로써 효과를 검증해 왔다. 또한 해외석학 초청강연, 국내외 학술대회, 세계명상센터 탐방 등을 통해 전 세계 전문가 및 기관 단체들과 교류협력에 힘써오면서 마음공부 사회적 확산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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