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원불교신문] 마음혁명, 원불교 자력양성에서 찾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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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인문학연구소2018-08-31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이메일 프린트 |
마음혁명, 원불교 자력양성에서 찾다[원불교신문=강법진 기자] 유럽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세계 최대 히말라야 식물정원이라 불리는 곳. 독일 레겐스부르크 인근의 ‘네팔 히말라야 파빌리온공원'(이하 파빌리온공원)에서 원불교 선법회가 열렸다. 미텔바이리쉬 신문사가 주최하고 레겐스부르크교당 원법우(페터 스탑나우) 교무가 주관한 선법회는 명상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유럽의 ‘야단법석’이었다.
파빌리온 공원 선 법회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참 나를 찾고자 모여든 60여 명의 선객들은 직접 준비한 요가 매트와 방석을 깔고 자리에 앉는다. 눈앞에 비친 물그림자가 참 나는 아닐진대, 가만히 눈을 감고 명상에 들면 ‘낙원’이 따로 없다.
저녁7시, 원 교무는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대산종사의 5단 호흡법으로 선객들을 이끈다. 호흡 명상을 통해 심신의 고단함과 망념을 떨쳐버리고 가장 편안하고 고요한 상태로 접어든 선객들은, 경종소리에 마음을 모으고 염불-선-영주-선-청정주-선을 따라 깊은 명상에 빠져든다. 주문의 뜻은 크게 의미두지 않는다. 10분, 20분 오롯한 선을 위해 일심을 모을 뿐.
출정 후, 원 교무는 삼학수행에 대해 강의했다. 그는 수행의 목적은 인류가 곧 나이며, 내가 곧 인류임을 깨달아 평화세상을 만드는 데 있다고 했다. 질의응답 시간, 한 선객이 ‘수많은 불교 중에 왜 원불교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 답은 지난 15여 년간, 그와 이성전 정토 그리고 이윤덕 교무가 외로운 싸움을 하며 독일 레겐스부르크교당을 뿌리내리게 한 이유였다.
지난해 시작한 파빌리온공원에서의 원불교 선법회는 현지인들(109명)의 큰 호응에 힘입어 올해는 세 차례(210명)로 늘어났다. 무엇보다 독일 현지인이 ‘불교수행자’가 돼 법회를 진행한다는 사실과 유명 언론사에서 주최하고 파빌리온공원에서 열린다는 점 등이 관심을 끈 모양이다. 선뜻 장소를 내어준 공원 설립자 헤리베르트 비르트(80· Heribert Wirth) 대표는 세계 각국 오지에 우물을 파주는 ‘세계의 물 재단’ 이사장이며, 원광대학교 명예철학박사이다.
한편, 7월7일에 열린 선법회에는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소장 고시용) 유럽 탐방팀도 함께했다. 선법회에 참석한 연구소 장진영(법명 진수) 교수는 “파빌리온공원은 2만7천여 평의 대규모 정원이다. 이곳의 대표 건축물 ‘파빌리온’은 불교와 힌두 사원을 결합한 평화와 조화·관용의 상징물이다”면서 “명상에 몰입하는 유럽인들을 보며 마음공부 세계화가 시급함을 느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독일·한국인 두 교무의 앙상블원 교무의 활동력 뒤에는 레겐스부르크교당 주임교무로 15년째 교화를 펼치고 있는 이윤덕 교무의 무아봉공 정신을 빼놓을 수 없다. 독일 영주권을 받은 이 교무는 교당 경제자립을 위해 공원 전지 및 주차관리, 식당 주방도우미 일을 한다. 아르바이트 시급이라 의료보험료와 기초생활비 정도에 불과하지만 독일에서 정당한 노동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 대신 매주 목요일 저녁8시 정례법회는 그에게 있어 최고의 활력이다. 독일인들에게 원불교 마음공부를 가르칠 수 있어서다. 이 교무가 설교를 하면 이성전 정토(원법우 교무)가 통역 및 성가로 법회 분위기를 띄우고, 원 교무는 사회자로서 전체 법회를 이끈다.
이 교무는 “법회를 마치고 나면, 1~2시간 정도 교도들과 교당내왕시주의사항으로 문답감정을 한다. 원불교를 만나 마음의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도 힘이 난다.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부부 교도들이 다섯 명의 딸을 낳았다. 매월 첫 주 일원가정법회에 그 아이들이 오면 교당에 생기가 돋는다. 많게는 교도가 60명가량 올 때도 있다”면서 교화상황을 전했다.
독일인들이 수많은 명상센터를 두고 원불교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 교무는 “수천 년 타력생활에 물들어 있던 독일인들이 자력신앙에 눈을 뜨면서 행복도, 삶도 내가 만들어간다는 소태산 사상에 공감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남 앞에서 고민을 털어놓지 않는 독일인들이 자기 내면의 소리를 표출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변화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조용한 마음혁명이 일어나기까지 원 교무의 노력은 적중했다. 그는 매주 월·화·수·금 예약제로 ‘선과 마음공부’를 진행한다. 평균 20명이 문답감정을 통해 자기 안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문답감정은 다시 법회로 이어지고, 뜻으로만 알았던 교리가 일상생활에 적용되는가 하면, 소리로만 외던 일원상 서원문이 마음에 자리하기 시작했다는 교도들도 늘고 있다. 날로 법이 익어가는 교도들의 공부심은 법회 후 다함께 “마음공부 합시다”라는 짧은 인사말에 담긴다. 이 외에도 김나지움 인문계 중·고등학교에서 불교 수업을 하고, 레겐스부르크대학교 종교학부에서 불교 특강을 하며 지역사회에 원불교를 알리고 있다. RFP 참여, 세계종교로 발돋움레겐스부르크의 인구는 현재 약 162,000명이며 뮌헨, 뉘른베르크에 이어 독일 바이에른 주정부의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신성로마제국 당시 200여 년간 유럽의회가 열렸던 정치·문화집산지로, 2006년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2012년 기준, 인구 58%가 가톨릭 신자이며 유대교·루터교·이슬람교·정교·원불교가 공존하고 있다. 이 교무는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웃종교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당당히 종교평화회의(RFP)에 입회해 현재까지 종교연합의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 외에도 남원교당 원화어린이예술단을 초청해 수차례 공연을 하고 그 수익금은 세계 빈민국 물대주기사업에 기부했다. 올해는 7월말 전주 온어린이예술단과 군산 흙소리타악연주단을 초청해 4차례 공연을 한 뒤, 수익금 약 2만1천 유로를 삼동인터내셔널을 통해 네팔 룸비니삼동학교 우물파기 목욕탕 건립에 후원하기로 했다.
인재를 인재답게 키워야마음인문학연구소 독일 탐방 내내 통역과 가이드를 전담해 준 이성전 정토는 “독일인들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경제적으로 잘사는 나라로 격상했지만, 지금은 어떻게 잘살 것인가, 진짜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며 현지상황을 전했다. 원 교무도 어릴 적 아버지가 ‘너는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네가 좋아하고 만족하는 일을 하며 살아라’고 했던 가르침이 가슴속 깊이 남아 흔쾌히 출가를 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출가자로서의 16년, 녹록치 않았던 지난 세월은 불현듯 원 교무의 눈가를 촉촉이 적셨다. “인재를 인재답게 써야 한다. 원불교는 큰 바위도 자갈로 만들어 쓴다. 연출하는 사람은 없고, 모두 무대 위에 올라와 있으니 어디가 비었는지를 모른다. 우리는 소태산의 정신과 문화를 이 땅에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를 잘 안다. 우리를 잘 활용해 주면 좋겠다”면서 ‘사람의 쓰임’에 대해 수차례 호소했다.
원불교를 만나 행복을 찾은 117명의 독일인 교도들, 그들 속에서 광대무량한 낙원 건설에 앞장설 제2, 제3의 원법우 교무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