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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 지금 여기, 마음의 평화 찾아나서다
[원불교신문] 지금 여기, 마음의 평화 찾아나서다
마음인문학연구소2018-07-26

[마음&마음] 지금 여기, 마음의 평화 찾아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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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불교, 깨달음 아닌 마음치유

 

마음공부(명상)가 인류행복증진에 어디쯤 다가와 있을까. 근대 이후 서구문명은 인류의 삶을 크게 향상시켰다. 반면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빈부의 격차, 제국주의 팽배, 1·2차 세계대전으로 숱한 갈등과 물신주의, 인간소외현상을 불러왔다. 서구유럽사회는 20세기 이후 정신문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동양의 불교 수행법을 적극 받아들였다.

 

하지만 유럽인들은 불교의 가르침을 신앙이나 깨달음이 아닌 현실의 삶과 조화를 이룬 마음치유의 수행법으로 껴안았다. 대부분의 명상·선 센터들이 초교파적 형태를 취했으며, 경영난에 봉착한 가톨릭 수도원은 티베트불교나 일본 선불교의 명상법을 도입해 각기 다른 신앙과 수행을 공존시켰다. 이는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가 나아갈 인류정신문명의 새로운 희망으로서의 역할에 큰 경종이 됐다.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소장 고시용·법명 원국)는 2010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 지원사업에 선정돼, 동서양 마음담론에 대한 연구 및 국내외 학술대회 개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총서 발간 등을 진행해 왔다. 특히 심심풀이M3, 케어마인드(CARE Mind), 유아인성교육 OM-K(Open Mind-Korea) 프로젝트는 마음공부의 사회적 확산에 있어서 큰 성과였다. 마음인문학연구소 교수들은 이러한 결과물들이 국내를 넘어 유럽사회와 어떻게 접목이 될지, 향후 마음치유·도야센터 건립을 어떻게 준비할지에 대한 현장답사와 지도자 면담을 위해 7월4일~18일 15일간의 유럽탐방에 나섰다. 탐방 결과는 E-book 학술지 편찬과 총서로 발행될 예정이다.

 

유럽 탐방은 ▲독일-레겐스부르크 발도르프학교(Freie Waldorfschule Regensburg), 레겐스부르크교당, 불이선원(Zen-Center-Regensburg), 벨텐부르크(Weltenburg) 수도원, 네팔 히말라야 파빌리온(Nepal-Himalaya-Pavilion)과 선 법회, 노르트발트젠도(Nordwald Zendo), 디트푸르트(Dietfurt) 프란치스코 수도원 ▲프랑스-떼제(Taize) 공동체, 파리 불교아카데미 ▲영국-아마라바티 명상센터(Amaravati Buddhist Monastery), 담마디파 위빠사나 센터(Dhamma Dipa Vipassana Meditation Centre), 카규 삼예 종(Kagyu Sammye Dzong), 런던불교협회 순으로 13곳에서 이뤄졌으며, 1부 독일편 2부 프랑스·영국편 3부 레겐스부르크교당을 찾아서 등 총 3회에 걸쳐 연재된다.

 

발도르프학교와 노르트발트젠도

 

 

마음인문학연구소 탐방팀이 독일 레겐스부르크에 도착해 첫 방문한 발도르프학교는 바이에른 주에 위치한 국가공인 초·중등 대안학교다. 독일 인지학의 창안자 루돌프 슈타이너에 의해 설립된 이 학교는 아동의 발달을 세 단계로 나눠, 단계별 성장에 맞춘 전인교육을 지향한다. 이론보다는 창의력과 자연학습을 중심으로 교육하며 전 세계 75개국, 1천여 곳에서 발도르프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탐방팀은 1919년에 시작된 유럽의 청소년 인성교육현장을 목도하고 지어스버그(Giersberg) 교장과 대담했다.

 

노르트발트젠도는 초교파 명상센터다. 젠도(선 센터)의 영적 지도자인 스테판 바우버거 수사신부는 신학과 물리학을 전공해 다수의 저술을 편찬하고, 뮌헨의 철학대학교 교수로 활동 중이다. 젠도에는 다수의 마스터가 스텝으로 재직하며, 비영리단체로 보조금 없이 기부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스테판 바우버거는 “이곳은 종교와 관계없이 사람들이 선(禪)하러 온다. 하루 7시간 묵언 수행을 하고 산책과 요가를 한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 동안 머물 수 있다”며 “가톨릭 명상을 하다 인도 선 마스터를 만나 선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선방에는 여러 종교의 상징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선객들은 신앙을 떠나 마음치유·도야의 해법을 이곳에서 찾고 있었다.

 

 

벨텐부르크 수도원과 디트푸르트 수도원

 

 

독일에서 만난 두 수도원은 유럽의 가톨릭 교회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7세기 초 바이에른에 최초로 세워진 벨텐부르크 수도원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끼고 있는 세계인의 관광지다. 유럽 바로크 양식으로 표현한 성당 건물과 맥주 양조장은 여행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었지만, 수도원 운영을 위해 호텔을 경영 중인 수사들은 수도와 생활의 괴리에서 오는 심적 갈등이 심했다. 호텔 경영권마저 잃으면 교회가 존폐 위기에 빠지는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한편 1665년 설립된 디트푸르트 수도원은 도심 속에 위치해 있지만 일찍이 ‘폐원’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곳이다. 수도원 자구책으로 1977년 ‘명상의 집’을 설립하고 영적 지도자 롤프 플레이터(Rolf Fleiter)의 지도하에 선 센터를 운영 중이다. 6명의 수사들은 수도원과 농장을 관리하며 ‘반농반선’의 생활종교로서 면모를 갖춰가고 있었다.

고시용 소장은 탐방지마다 ‘마음공부’ 합죽선 부채와 독일어 <원불교 교전>, 마음인문학연구소 브로셔를 선물했다.

 

디트푸르트 프란치스코 수도원은 뒤편에 넓은 농장과 과수원을 조성해 수사신부들이 직접 작농을 한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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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은 차림표일 뿐!

불이선원 현각 스님

 

 

중세 종교분쟁의 격전지였던 독일 레겐스부르크는 2850㎞의 도나우강이 흐르고 교회·성당의 첨탑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다. 2년 전, 현각 스님은 이곳 도심 한복판에 ‘불이선원(不二禪院)’이라는 선(Zen) 센터를 열었다. 탐방팀은 7월 한 달간 하안거 중인 현각 스님과 함께 간화선(발우공양) 체험을 하고, 두 차례 대담을 진행했다. 현각 스님은 아직도 유교 문화를 버리지 못하는 한국불교에 죽비를 내려쳤다.

 

 

“한국에서 20년 넘게 지내면서 거대한 실수를 했다. 오늘까지도 창피하게 생각하는 실수다. 그건 유명해진 것이다”고 고백한 현각스님은, 스승인 숭산 스님이 열반한 후 한국을 떠나 미국, 독일 뮌헨을 거쳐 이곳에 정착했다. 레겐스부르크는 교육도시이며, 다양한 민족과 종교가 어우러진 곳이기 때문이다.

 

 

불이선원은 매월 3일간 묵언수행을 하고, 하안거 1개월, 동안거 3개월을 진행한다. 수행기간 동안은 묵언, 정진, 발우공양이 이뤄진다. 대신 법문이나 대중 강연은 하지 않는다. 현각 스님은 “말에 집착하지 말라. 한국에서 수많은 법문을 했고, 책도 많이 냈다. 이제는 정진만이 우리의 본성을 찾을 수 있다. 경전은 차림표이다. 차림표를 보고 음식을 선택했으면 먹어야 한다.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사진 만 장을 보여준들 만족하겠는가”라고 경책했다.

 

 

한국불교를 사랑하지만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유교문화’의 틀에 갇힌 서열구조와 문답방식을 들었다. 그는 한국불교의 화두(간화)선은 세계에 자랑할 만하지만 그 화두가 어디서 오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1700 공안도 인간의 생사를 떠나 존재할 수 없다며, 수도와 삶을 둘로 보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나는 함께 공부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는 스승이 아니다. 부족한 사람이고 엄청난 죄인이다. 그래서 수행을 한다”는 스님은 한국불교의 도움 없이 독일에서 외롭게 수행 중이다. 형식을 싫어하는 유럽인들에 맞춰 법당에는 불상도 놓지 않는다. 대신 커다란 둥근 거울이 걸려 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는가’ 하고 화두를 들어 성품을 깨치라는 뜻이다.

 

현각 스님은 원불교가 세계화를 꿈꾸거든 한국식 유교문화를 내려놓으라고 조언했다. 1970년대 일본불교가 유럽에 와서 젠(Zen)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었던 것은 자기 것이라는 고집을 버렸기 때문이다. “젠은 이제 세계 공통어가 됐다”며 그는 “석가모니불 또한 인도의 말과 음식, 문화를 강조하지 않았다. 오직 마음을 설했을 뿐이다”면서 끝까지 집착하는 그 마음을 놓으라고 주문했다.

마음인문학연구소 교수들은 독일 레겐스부르크에 있는 불이선원을 방문해 현각 스님과 대담했다

또한 한국불교문화 중 ‘발우공양’만큼은 세계화할 필요가 있다며, 발우공양을 통해서 평등세계를 구현하고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호에 계속)

http://won.or.kr/posts/detail/33748